[노동] "실업급여 신청했다고 퇴직약정 위반 이유 위로금 반환청구 불가"
[중앙지법] "사회보장적 권리 박탈…허용 불가"
퇴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했다고 회사가 퇴직약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퇴직자에게 이미 지급한 위로금 등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최근 종합인사관리 대행업체인 A사가 "위로금 등 3,750만원을 반환하라"며 퇴직자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단5154352)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건우가 B씨를 대리했다.
A사는 국내에 진출하려는 해외기업의 인사 관련 컨설팅 또는 종합인사관리 대행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2019년 8월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컴퓨터 · 네트워크 보안시스템 관련 전문업체인 C사와 노무 · 세무 관련 제반 법률적인 업무처리를 대행하는 계약을 맺고, C사와 B씨 사이에서 이미 합의된 근로조건을 기초로 B씨와 고용계약을 맺었다. 네트워크 보안관련 글로벌기업의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해온 B씨가 C사의 한국지사장으로 이직하기로 한 것이나, C사가 한국에 자회사 또는 지점이 없어 A사가 채용하는 고용계약을 맺은 것이다.
B씨는 2019년 11월 1일부터 재택근무 방식으로 C사의 아시아 지역본부의 북아시아지역 담당 매니저의 지시를 받으며 C사의 한국 내 영업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C사가 2020년 1월 3일 갑자기 2019년도 매출실적 부진을 사유로 한국지사를 철수하기로 했다는 통보와 함께 B씨에게 2020년 1월 31일부로 고용관계를 정리(퇴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B씨는 C사와 직접 권고사직에 따른 보상조건에 대한 협상을 하여 기본급 외에 법정퇴직금 1,250만원과 해고예고수당 1,250만원, 위로금 2,500만원 등 6,300여만원을 최종 합의금으로 지급받는 조건으로 자발적 퇴직에 의한 고용관계 종료에 합의했다. 이후 C사로부터 B씨가 서명한 퇴직약정서를 받은 A사는 2월 14일경 B씨에게 최종 합의금 6,300여만원을 지급하고, 근로복지공단에는 B씨의 이직사유를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발적 퇴직'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열흘쯤 지난 2월 24일 B씨가 "비자발적 해고를 당하였음에도 자발적 퇴직으로 신고해야만 퇴직금, 위로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자발적 퇴직을 전제로 한 퇴직약정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실업급여를 신청, 실업급여 340여만원을 받았다. 이에 A사가 "B씨가 실업급여를 신청한 것은 퇴직약정서에서 정한 청구권 포기약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B씨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위로금과, 위로금의 또 다른 명목으로 지급된 해고예고수당 1,250만원 등 3,75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A사와 B씨가 맺은 퇴직약정서에는 '피용자는 최종 합의금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그 제휴사들 및 각각의 주주 포함)나 고객사(C사)를 상대로 한 모든 청구권을 포기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면제 당사자들(=the Released Parties)을 고용과 관련된 것이든 해고와 관련된 것이든 회사의 의무사항으로 청구하거나 주장할 수 있는 모든 분쟁절차, 손실, 손해, 요구, 보상 등의 책임으로부터 확정적으로 무조건 면제시키는 데 동의한다(3조 1항). 피용자가 위 의무사항을 위반하면, 피용자는 즉시 위로금을 받을 권리를 상실하고, 위로금으로 기지급된 돈은 전액 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며, 위로금이 반환되지 않으면 회사는 약정 위반을 이유로 위로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한 피용자는 위 책임면제 당사자들이 그러한 분쟁절차 방어와 관련해서 부담하게 되는 모든 비용과 손해(합리적 수준의 변호사 비용 포함)를 배상하기로 한다(3조 2항)'고 되어 있다.
재판부는 먼저 "(A사와 B씨가 맺은) 퇴직약정 중 법에 의하여 지급할 의무가 없는 추가 금액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퇴직약정 상의 책임면제 당사자(the Released Parties)에 대하여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된 어떠한 불복이나 이의 제기도 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은 피고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나, 피고가 약정을 위반하여 권리구제 절차를 통하여 복직하거나 추가 금원을 지급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최종 합의금의 반환의무를 규정한 것은 관련 법령에 의하여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한 부분에 한하여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퇴직약정 제3조 제1항에서 규정된 청구권 포기약정 내지 책임면제 약정은 피고로 하여금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그 책임면제 당사자들에 대하여 더 이상 어떠한 불복이나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근로관계를 확정적으로 종료시키고 일체의 추가적인 책임이나 의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정한 조항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피고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고용보험법에 의한 실업급여를 청구하는 행위는 청구권 포기약정에서 정한 청구권 포기 대상 또는 금지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B씨의 실업급여 청구는 청구권 포기약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의 청구는 우선 이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또 "고용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업급여 제도는, 근로자 등이 실업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 ·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강행규정이어 고용보험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실업급여 수급 신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강행규정 및 사회보장적 권리박탈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써 허용될 수 없고, 한편 피고의 실업급여 신청은 근로관계의 종료의 효력이나 피고가 C사나 원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금액을 다투는 것이 아니어서, C사나 원고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추가적인 법률적,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음에도, 실업급여 신청이 약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위로금 등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피고로 하여금 실업급여 신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서 고용보험법에 의하여 인정된 근로자로서의 사회보장적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설령 이와 달리 청구권 포기약정의 금지행위 내용에 고용보험법에 의한 실업급여 청구가 포함된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의 청구는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