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대重 통상임금 청구, 신의칙 위반 아니다"

[대법] "경영 악화 충분히 예견 가능"

2021-12-19     김덕성

대법원이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제기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청구소송에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2월 16일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전 · 현직 근로자 10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2009년 12월분부터 2012년 11월분까지 연장 ·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재산정해 미지급된 차액을 지급하라"며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797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현대중공업은 근로자들에게 2개월마다 기본급 등의 100%씩 총 600%(기간상여)에 12월 말 100%(연간상여), 설 · 추석 명절 각 50%씩(명절상여)을 더해 모두 800%의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 800%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연장 ·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해 지급해 원고들이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800% 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명절 상여금 100%를 제외한 상여금 700%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피고 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여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들이 상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재판부는 "상여금 중 기간상여, 연간상여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나,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명절상여를 한 번도 지급한 적이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퇴직자를 명절상여의 지급제외자로 하는 노사 간의 묵시적인 합의 또는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명절상여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므로 근로자가 연장 · 야간 · 휴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여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신의칙 위반과 관련, "피고는 오랫동안 이 사건 상여금(800%)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 채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왔고, 이러한 계산방법에 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이 소제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노동조합 역시 단체협약에 통상임금을 수당과 기본급이라고 정의하여 이 사건 상여금은 제외되는 것처럼 규정함에 동의하였다"며 "원고들이 기간상여, 연간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밖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명절상여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신의칙 위배 여부=대법원은 먼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 · 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상태는 2014년과 2015년 무렵 악화되었고, 그 원인은 2012년경부터 주요 수출처인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주 실적의 감소, 지속적인 유가 하락, 기존 선박 건조 계약의 취소 등으로 볼 수 있으나, 이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는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추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2014년도 3분기 자체 경영실적 분석 자료에서 현대중공업의 주된 영업부문인 조선, 해양, 플랜트의 향후 장기적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금융기관 역시 현대중공업의 영업실적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피고에게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여지가 있고, 통상임금 재산정 결과 피고 소속 근로자의 통상임금 상승률과 실질임금 인상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나, 피고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법정수당액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라는 특정 시점에 국한한 피고의 경영상태만을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소멸시효가 완성한 부분을 제외하고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다),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의 사업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의 추이 또는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가 부담 법정수당 총액 6,300억원

대법원은 "피고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2014년은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때부터 1년 이상 지난 다음으로, 원심으로서는 변론종결 당시 피고의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서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인용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피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법정수당 총액이 4년 6개월간 약 6,300억원에 이른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신의칙 위배가 아니라는 취지다.

◇명절상여=대법원은 "특정 임금 항목이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에 관한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 규정의 내용, 사업장 내 임금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고, 특정 시점이 되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 항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이 그러한 관행과 다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으면 그러한 관행을 이유로 해당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배척함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1994년경부터 중도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의 2012년 급여세칙은 명절상여를 포함해서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일할 지급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피고 사업장에서 근로자 개인 또는 노동조합이 지급일 그 밖의 특정 시점 이전에 퇴사함으로써 명절상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도 근무일수에 상응하는 명절상여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급여세칙 등 취업규칙이 정한 명절상여의 퇴직자 일할 지급 규정이 효력을 상실하였다거나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가 퇴직한 근로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공지하거나 근로자가 이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설령 피고 사업장에서 퇴직자에게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일시적 관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 내용이 되거나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이 명절상여가 소정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소송대리인=워낙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소송이었던 만큼 소송대리인도 양측에 여러 로펌과 변호사가 선임되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윤인섭 변호사와 법무법인 삼성, 법무법인 우성이 1심부터 대리했으며,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바른과 법무법인 오라클이 함께 대리했다. 현대중공업은 1심은 법무법인 아이앤에스와 화우가 대리했으나, 2심에선 김앤장과 법무법인 해인이 대리인으로 나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막아냈다. 상고심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태평양, 지평이 함께 현대중공업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