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주류 제공 거부당한 청소년의 신고로 내려진 영업정지 1월 취소돼야"
"고발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선도하려 한 사정 고려해야"
2004-07-20 최기철
법원은 이에 대해 "이 사건 처분은 너무 가혹하여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권순일 부장판사)는 지난 7월8일 김모(여 · 46 ·서울 구로구 개봉동)씨가 서울 구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청구소송(2004구합7146)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영업정지 1월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주류를 제공한 사람이 원고의 동료로 원고가 고용한 종업원은 아니라고 해도 종업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처분 자체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청소년이 식품접객업소의 종업원이 그에게 주류를 제공하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기화로 식품접객영업자에게 술을 추가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불응할 때에는 행정청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경우에 만약 이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이를 제지, 선도하려고 노력한 식품접객영업자에 대하여 종업원이 이미 저지른 잘못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한다면 오히려 행정처분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의 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도 없지 않다"며 "행정청으로서는 제재의 양정을 함에 있어서 이러한 사정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를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너무 가혹하여 피고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시 구로구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던 김씨는 2003년 12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자모회 모임을 하며 다른 자모들의 시중을 드느라고 정신이 없는 틈에, 같은 자모회원인 오모씨가 권모(당시 16세)군 등 청소년 2명이 손님으로 찾아오자 청소년인지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소주 2병과 안주를 팔았다.
그후 권군 등이 추가로 소주를 더 달라고 해 김씨가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청소년에게는 술을 팔 수 없다고 하며 더이상 술을 팔지 않자 권군 등이 이에 불만을 품고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입건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으나 구로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1월의 처분이 나오자 소송을 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