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중동통신] 이란 핵협상 관전 포인트
"미국이 자금동결 어떻게 풀까"
이란의 신임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의 임기가 오는 8월 5일 시작된다. 강경파 보수성직자 출신인 라이시의 당선이 예상되던 시점부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P5+1), 이란 간의 핵협정(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 복원 협상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협상 당사국들은 이를 부인하며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협상을 진행하였고 복귀를 위한 세부적인 조건들에 대해서는 논의가 끝났다는 유럽 측 참가국 대표들의 발언도 잇따라 나오며-이란 측에서는 이보다 적극적으로 해제될 제재의 종류까지 명시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예상보다 빠른 타결에 대한 기대도 공존해왔다. 그러나 7월 5일 이후로는 협상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8월 5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야 추가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이르는 큰 영토, 8천만명을 상회하는 인구, 원유를 포함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중동 제1의 산업국 이란이 40년여에 걸친 경제제재를 벗고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분명 중동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면이 될 것이다.
양측, 핵협상 복귀 의지는 충분
그러나 2015년 처음 타결된 이후의 JCPOA의 운명을 돌아보면 속단은 금물이다. 일단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 핵협상에 복귀할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언론을 통해 가장 큰 장애물로 언급되고 있는 이란 강경파 대통령의 당선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란 강경파 인사들 사이에서도 핵협정 복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대선 전후를 관통하는 현지 분위기였다. 올해 들어 최악의 전력 및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이란의 내부 사정과 핵협정 복귀 무산 시 중국과 이란 간의 원유거래를 강력 제재하겠다는 최근 미국의 엄포도 핵협정 타결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다.
그 외 장애물로 손꼽히는 이슈는 미국이 과거와 같이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장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란 측의 요구이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인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미 협상 초기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고 구조적으로 수용이 어렵다는 점을 당사국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어느 시점에는 다른 조건과의 교환 하에 포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재 해제 역시 핵협상의 최종 타결을 위해 최종적으로 맞춰보고 있는 카드의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협상 당사자는 대통령 아닌 최고지도자"
물론 현실은 예상에서 빗나가기 일쑤이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대상자 목록에 올라있고 인권탄압 논란의 핵심에 있는 라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독일과 프랑스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내던 적극적인 목소리를 줄였다. 미국 역시 핵협상의 당사자는 이란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라고 표명하며 인권 관련 이슈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이다.
큰 물줄기는 핵협상 복귀로 모이고 있는 듯하나, 세부적인 삐걱거림은 예상된다. 8월 5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과 이후 2주 간의 신정부 인선 과정, 특히 현재 이란 측 협상대표자인 압바스 아락치 차관의 잔류 여부가 JCPOA의 운명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JCPOA 복귀 시 예상되는 제재의 해제 범위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소식은 6월 23일 마흐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이다. 이에 따르면 당사국들은 "국 은행과 보험, 원유 등 석유화학, 해운 분야와 관련된 제재를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고 하며,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발효한 1,040건의 모든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 발표에서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된 분야는 일단 이란의 석유제품 수출에 필수적인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련 제재도 풀어준다고는 하지만, 핵협상 준수 여부 감시나 탄도미사일을 포함하여 추후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장 이란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기간들과 자유롭게 송금 등 거래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FATF, 회원국에 대응조치 의무 부과
또한 이란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FATF)가 지정한 세계적에서 자금세탁 및 테러리스트 지원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High-Risk Jurisdictions subject to a Call for Action) 중 하나로서 FATF의 회원국들은 이란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2015년 JCPOA 타결 시점에는 이란 정부가 FAFT에서 요구하는 돈세탁 방지 관련 입법을 약속하고 이와 관련한 FATF 회원국들이 대응조치를 하는 것을 유예 받기도 하였으나, 해당 입법이 약속된 기한 내에 이루어지지 않자 FATF는 회원국들에게 대응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한 상태이다.
이란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안은 의회에서 승인되었으나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승인이 거절되었고, 현재 국정조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이다. JCPOA 복귀가 결정된다면, 중단된 이란의 입법 조치 재개, 그에 따른 FATF의 이란 위험등급 조정 등에 따른 이란의 국제 금융권 복귀 이슈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으나 해당 이슈가 궁극적으로 해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계로 한국 원화결제시스템과 같은 특수한 결제 방식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특수한 결제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거래의 범위를 현재 가능한 경상거래를 넘어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2016년 한국의 일부 은행들이 시도하였던 유로화결제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결제 수단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관심이 필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원유자금 이전 이슈 주목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이란 간 외교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고 올해 초 한국케미호의 나포 사건으로까지 비화되었던, 한국 내 이란 원유 수입대금을 제3국 또는 이란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핵협상 복귀를 둘러싼 그간의 정황을 보았을 때, 이 원화자금의 이전 이슈는 협상테이블의 우선순위에 올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미국이 이 자금의 동결상태를 풀 것인지, 푼다면 어떤 기술적인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지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두바이사무소장, jiyoung.ba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