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통유리 사옥' 네이버 꺾은 장홍록 변호사
"인위적 빛인 태양반사광은 태양직사광과 다르다"
"무엇보다도 인위적이고 왜곡된 빛인 태양반사광이 태양직사광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가장 의미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만에 승소 판결 받아
최근 대법원에서 '그린팩토리(Green Factory)'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 사옥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태양반사광 생활방해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받아낸 장홍록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3월 처음 소장을 접수한 지 10년이 더 지나 승소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것으로, 대법원에서만 약 5년이 걸려 판결이 나왔다. 그만큼 대법관들도 고민이 많았던 사건이라는 반증. 장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도 해마루에 2008년에 입사해 변호사 생활 12년의 대부분을 이 사건과 함께 보낸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제가 원고들 아파트에 가서 네이버 사옥에 반사된 빛이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지 체험해보았는데, 직접적으로는 해가 비칠 수 없는 새벽시간에도 빛이 반사되어 들어오고 빛반사 밝기도 상당해 몸에 더 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점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는 특히 항소심 단계에서 '민법 제221조'를 꺼내들었는데, 대법원이 사실상 이 논리를 인정한 것 같다고 고무되어 이야기했다. 민법 221조는 "토지소유자는 이웃 토지로부터 자연히 흘러오는 물을 막지 못한다. 고지(高地)소유자는 이웃 저지(低地)에 자연히 흘러 내리는 이웃 저지에서 필요한 물을 자기의 정당한 사용범위를 넘어서 이를 막지 못한다"고 자연유수의 승수의무와 권리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햇빛을 인위적으로 반사시켜 빛의 경로를 바꾸는 행위가 이러한 민법 규정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판결문(2016다33202, 2016다33219)에서,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은 모두 빛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나, 태양반사광은 건물 외벽의 빛반사로 인하여 주택 내 또는 발코니에 있는 사람에게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인위적이고 왜곡된 빛으로, 자연의 빛인 태양직사광과는 그 발생 원인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태양직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어떠한 책임도 발생시키지 않는 '자연에 의한' 생활방해인 반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는 태양광이 '인위적으로 축조된' 건물 외벽에 의한 반사 효과와 결합해서 그 생활방해를 발생시키고, 태양직사광이 건물 외벽 같은 인공적인 매개물에 반사되면서, 원래의 각도가 변경되어 태양반사광이 주거 내에 있는 사람의 눈에 직접 유입되어 눈부심이 발생하거나, 자연스럽게 창밖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태양반사광은 거주자들의 주거의 본질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치게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정도가 참을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비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일조방해와 달리 판단해야
대법원은 또 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일조방해와 이 사건에서와 같은 태양반사광 침해가 참을 한도를 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정, 특히 '피해의 성질과 내용'도 서로 큰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일반적으로 거주자가 하루 종일 직사광선을 계속 받아야만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린다고 볼 수는 없고, 상당 시간의 직사광선 차단이 연중 계속 발생한다고 하여 거주자에게 곧바로 건강상의 장애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태양반사광 침해는, 반사되는 강한 태양빛이 직접 눈에 들어와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점에서 그 침해행위의 태양이 일조방해의 경우보다 더 적극적인 침습의 형태를 띠므로, 거주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내용이 일조방해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주거의 본질적 기능 훼손될 수 있어
태양반사광 침해가 거주자의 주거 내에서 연중 상당 시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에는 안정과 휴식을 취하여야 할 공간인 주거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항소심처럼 태양반사광의 주거 내 유입시간이 일조가 감소되는 시간과 동일한 정도에 이르러야만 참을 한도를 넘는다고 보는 것은 그 피해의 성질과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특히 일조감소 시간을 중시하여 동지를 기준으로 0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동지를 기준으로 0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참을 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참을 한도를 판단하는 때에는 일조방해의 판단기준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사옥만 통유리 공법으로 건축
장 변호사는 또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네이버의 그린팩토리가 신축된 장소 주변은 아파트, 주택 등 주거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 그린팩토리 이외에 커튼 월(curtain wall)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 없는데, 이러한 지역적 특징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중점을 두어 상고이유서를 작성했다"고 소개했다.
대법원은 "태양반사광으로 인하여 생활방해가 발생하는지를 판단하는 때에는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국토계획법상 용도인 중심상업지역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태양반사광 침해를 일으키고 있는 이 사건 건물 즉, 그린팩토리가 존재하는 '해당 지역'의 이용 현황도 고려하여야 한다"며 "비록 이 사건 건물과 이 사건 아파트가 모두 중심상업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나, 이 사건 아파트가 이 사건 건물보다 먼저 건축되어 있었고, 이 사건 건물과 이 사건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아파트, 주택 등 주거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한 이 사건 건물과 같이 건물 외벽 전체를 통유리 공법으로 건축한 건물은 이 사건 건물이 존재하는 해당 지역에서 이 사건 건물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 건물은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시공하고, 그 내부에 녹색 수직 핀을 설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밝고 광택이 나는 녹색 색조를 발산하는 디자인을 건물의 외관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이는 '네이버' 및 '녹색'을 핵심으로 하는 피고의 브랜드를 표상하여 홍보효과를 높이려는 사업상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피고는 이 지역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건축기법으로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면서 회사를 위한 브랜드 홍보만을 고려하였고, 주위 거주자들에 대한 빛반사 침해를 줄이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생활방해로 인한 손해배상과 방지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열어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정하고 네이버로 하여금 태양반사광 차단시설 방지를 명할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1심 판결이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세대당 1,000만원의 위자료와 사용가치 훼손에 따른 재산적 피해로 1년간 최고 17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2010년 2월 1일부터 2012년 10월 31일까지 2년 9개월간의 기발생 손해만 2억 6,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차단시설을 설치할 때까지 매년 사용가치 감소분 손해가 늘어나기 때문에 네이버가 부담해야 할 배상액이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3가지 반사광 차단 방안 제시
1심 재판부는 또 네이버에게 ▲현재의 NHN 건물 외표면 중 창문부분이 아닌 곳에 빛을 확산반사시키는 재료로 만들어진 커튼 월로 처리하여 유리면적을 최소화하는 방안 ▲현재의 NHN 건물 외벽 중 조망을 위한 창문을 제외한 벽면에 확산성 반사특성을 갖는 필름을 부착하는 방안 ▲현재의 NHN 건물 외벽 중 태양광을 정반사시키는 부분에 수직핀(또는 루버)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 중 하나로 태양반사광 차단시설을 설치하라고 명했다.
사랑의 교회, 저감조치 시행
장 변호사는 "태양반사광 피해를 저감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있다"며 "서초역에 위치한 사랑의 교회는 저감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참을 한도를 넘는 태양반사광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인근 주민 등 피해자들이 손해배상과 방지시설 설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커튼 월 공법으로 건물을 신축할 경우 건물 외벽에 빛반사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건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장홍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7년 신고리 5 · 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2년간 환경부 고문을 맡기도 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