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간병인 폭행으로 환자 부상…요양병원, 사용자책임 져야"
[고양지원] "실질적 지휘 · 감독 지위에 있어"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의 폭행으로 환자가 다쳤다면 요양병원도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뇌병변 1급 장애환자인 A씨는 자신이 입원해 있던 요양병원 병실에서 간병인인 중국교포 B씨로부터 폭행당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옷을 함부로 벗었다며 나무막대기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병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폭행은 당일 하루에 그쳤다고 진술했으나, A씨와 가족들은 B씨가 간병한 2주간 폭행과 학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B씨는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심리치료를 받아온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폭행 당사자인 B씨와 요양병원, 직업소개소 역할을 한 간병인협회를 상대로 1,000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19가소93615)을 냈다. 요양병원은 B씨와 같은 간병인은 개인사업자로서 병원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므로 간병인의 과실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손윤경 판사는 2월 9일 요양병원에 사용자책임을 인정, "간병인 B씨와 요양병원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600만원을 포함해 치료비 등 1,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간병인협회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손 판사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관계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 · 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무를 집행하는 관계로서, 고용관계에 의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위임 · 조합 · 도급 기타 어떠한 관계라도 실질적인 지휘 · 감독관계가 있으면 충분하고, 이러한 지휘 · 감독관계는 실제로 지휘 · 감독하고 있었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지휘 · 감독을 하여야 할 관계에 있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13다6928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원고 등 입원환자들은 피고 의료법인이 제시한 '간병서비스 병실입실 동의서'에 서명하고 공동간병인 용역을 제공받았고, B 등 간병인과 별도로 간병인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은 점, 피고 요양병원과 의료법인과 간병인협회가 체결한 공동간병인 운영 약정서에 의하면 환자들 관여 없이 간병사업료가 일괄하여 정해져 있는 점, 원고 등 입원환자들은 간병비를 요양병원에 지급하였을 뿐 간병인에게 직접 지급하지는 않은 점, 간병인의 업무는 환자수발과 '요양병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요구하는 사항'으로 정해져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요양병원은 B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요양병원은 B가 원고에게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야기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