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 신임검사 임관식 치사 전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존의 정의"
1.
반갑습니다.
법무부장관 박범계입니다.
대한민국 검사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말씀을 드립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분들을 헌신적으로 지원해오신
가족분들이 참석하지 못해
매우 아쉽습니다.
2.
신임검사 여러분!
1,000개의 별은 1,000개의 빛을 발하듯
천 명의 사람은 천 개의 정의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검찰청 담장 안팎의 정의가 달라서는 안 됩니다.
공존의 정의는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를 의미합니다.
그래야 이 땅에 지속가능한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신임검사 여러분!
그간 세상은 검사를 무사(武士)로 불렀습니다.
검사 또한 스스로 자신을 무사로 인식하고 초식(招式)을 구사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세상은 거악을 척결하고,
불법을 일소하는 검사들에 주목했습니다.
언론은 권력자와 기업인을 구속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검사들만 조명해왔습니다.
불의에 눈감지 않고
수사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4.
얼마 전 영화 <자산어보>를 봤습니다.
자꾸 질문만 한다고 투덜대는 흑산도 어부 창대에게 정약전은 이렇게 일갈합니다.
“질문이 곧 공부다. 외우기만 한 공부가 이나라를 망쳤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그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검찰만 예외일 수 없습니다.
검찰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간 우리들이 외우기만한 검찰,
언론에 박제된 검찰역할에 대해
배짱있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검사들만이 스스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5.
신임검사 여러분!
인권보호관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야만이 지배하던 세계 2차대전 종전 직후,
세계인은 한 자리에 모여
인권보장이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했습니다.
인권은 우리사회가 함께 지켜내야 하는
가장 고귀한 가치입니다.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등 권리보장에 힘써주십시오.
법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손길,
힘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합니다.
인권친화적 법집행과 제도가 정착될 때,
검찰개혁은 물론
우리사회의 자유, 정의, 평화가
완성·유지될 수 있습니다.
사법통제관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위법한 수사, 그릇되고 과도한 법집행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국민공감과 신뢰의 토대 위에서
절제되고 올바른 검찰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수사권개혁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
또한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제도적 변화에 따른 불안 요소를
신속히 식별해 제거하고,
국가범죄 수사역량이 후퇴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능한 국가변호사가 되어야 합니다.
앞서 강조했듯 검사의 역할과 능력은
수사에만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숱한 개별 법률에 다양한 국가사무가
검사에게 위임되어 있습니다.
위임의 근간은 신뢰입니다.
공익의 대표자이기에 맡긴 일입니다.
자긍심을 갖고 국가변호사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당부드립니다.
6.
신임검사 여러분!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보이지 않는 영웅을 말합니다.
그라운드에서 헉헉대면서도 몸을 던져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수,
코트에서 눈에 띄진 않지만 부대끼며
리바운드를 걷어 올리는 선수.
골을 넣고 주목받진 못하지만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이 있기에 팀은 승리하고 존속할 수 있습니다.
형사부, 공판부 검사는
골을 넣는 검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검찰은 유지되고
온전한 법집행이 가능합니다.
더이상 이들을 보이지 않는 영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어디서 근무하든지,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지,
열심히 일하고 헌신한 만큼
인정받고 주목받는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7.
신임검사 여러분!
대한민국 검사로서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부터
여러분이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입니다.
반사회적 범죄, 가혹한 차별, 불공정한 핍박으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드립시다.
영광스럽지만,
때로는 외롭고 고된 여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로 제 당부를 갈음하겠습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또 만납시다.
2021. 5. 3.
법무부장관 박 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