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표이사가 '노조법 위반'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료 · 벌금 회삿돈으로 지출…업무상 횡령"

[창원지법] "이사회 결의 거쳤어도 마찬가지"

2021-04-26     김덕성

경남 창원시에서 골프장업을 하는 회사의 대표인 A(72)씨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위원장과 노조 간부 3명에게 징계처분을 했다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자, 2019년 2월 8일경 한 법무법인과 변호사선임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회사의 은행 계좌에서 업무상 보관하던 회사의 자금 770만원을 착수금 명목으로, 약 3달 후인 5월 20일경 같은 계좌에서 회사 자금 880만을 수임료 명목으로 각각 해당 법무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이 확정되자 회사 자금 5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후 벌금으로 납부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직무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되자 변호사 선임료와 벌금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하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이사회 결의까지 거쳐 변호사 선임료와 벌금을 회사의 비용으로 지출하였을 뿐"이라며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 김구년 판사는 그러나 4월 16일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2021고단26).

김 판사는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의 당사자는 피고인 개인일 뿐, 피해자 회사는 당사자가 아니었으며,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이 진행될 당시 (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처분이 무효이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관련 행정사건을 통해 이미 확정되어 있었으므로, 위 형사사건의 결과가 피해자 회사와 노조위원장 등과의 분쟁 또는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징계절차를 주도하였고 징계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의지에 따라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징계절차개시 여부, 징계수준 등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판단되는바,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비용을 지출한 지 1년 이상이 지난 2020. 7. 8. 이후에야 피해자 회사에 위 돈을 반환하였고, 피고인이 위 비용을 지출함에 있어 피해자 회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은 횡령죄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는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여러 변호사에게 피해자 회사의 자금으로 변호사 선임료 등을 납부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자신이 결정하여 피해자 회사의 자금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납부하였다'고 진술한바, 피해자 회사의 자금 사용 여부는 피고인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2004도6280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 ·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