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얼돌, 수입통관 허용하라"
[서울행법] "관세법상 풍속 해치는 물품 아니야"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형의 인형 즉, '리얼돌'은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1월 14일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했다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된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9878)에서 이같이 판시,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대호가 A사를 대리했으며, 김포공항세관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사가 수입한 리얼돌은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형의 인형으로서, 머리 부분은 탈부착이 가능하다. 머리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약 162㎝, 무게는 약 30㎏. 전체적으로 사람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깔을 띄고 있고, 유두와 성기 부분은 좀 더 진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며, 외음부 형태가 구현된 성기 위로 음모 형태의 털이 부착되어 있다. 가슴 부분은 성인 여성의 가슴과 비슷한 모양이고, 성기 부분과 항문 부분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 리얼돌엔 또 신체와 유사한 관절이 형성되어 있어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고, 피부는 실리콘 재질로, 뼈대는 철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판부는 먼저 "성기구는 일반적인 성적인 표현물과는 달리 성기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 · 사용되는 도구로서, 그것은 단순한 성적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 · 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특히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러한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음란한 물건의 판매가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사회의 성도덕 관념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그것을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성기구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성기구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물인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물품(A사가 수입한 리얼돌)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 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이 사건 물품이 구 관세법 234조 1호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그 형상이 다소 조잡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수입을 허용하고 있어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것이라 판단하지는 않고 있고, 우리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하여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는데, 이는 성기구가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 · 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