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대표이사 퇴직 5일 전 퇴직금 규정 개정해 퇴직금 160억 지급…초과금액 손금불산입 적법"

[서울행법] "퇴직급여 형식 빌린 법인자금 분여"

2021-01-07     김덕성

최대주주인 대표이사의 퇴직 5일 전 퇴직금 규정을 개정하여 대표이사에게 약 16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법원은 퇴직급여의 형식을 빌린 법인자금 분여에 해당한다며 개정 전 퇴직금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초과하는 약 100억원을 손금불산입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의류업체인 A사는, 대표이사로 약 15년간 재직한 최대주주(지분율 44.15%)인 김 모씨가 퇴직하기 5일 전인 2013년 11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등기임원의 경우 직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배의 지급률을 적용하도록 한 임원 퇴직금 규정을 이사 겸 등기임원 1.5배, 상무 2배, 부사장 3배, 사장 4배, 사장 겸 대표이사 4.5배로 차등 적용하도록 개정하여 '최종직위 3개월 평균 월보수×각 직위별 지급률×재임기간(개월수)÷12'의 산식에 따라 임원의 퇴직금을 계산하도록 의결하고, 김씨가 12월 2일 퇴직하자 4.5배의 지급률을 적용해 퇴직금 159억 9,3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이를 2013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했다. A사는 또 김 대표이사의 퇴직 후에도 구 모 이사, 최 모 부사장, 김 모 상무, 김 대표이사의 친동생인 대표이사 겸 사장에게 바뀐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여 산정한 퇴직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중부지방국세청이 A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김 전 대표이사에 대한 퇴직금이 과다 지급되었다고 보아, 개정 전 퇴직금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금액 60억 5,500여만원을 초과하는 99억 37,00여만원은 손금불산입되어야 한다며 동대문세무서에 통보, 동대문세무소가 99억 3,700여만원은 손금불산입하고 다른 경정 항목에 따른 세액을 포함하여 2013 사업연도 법인세 32억 8,900여만원을 부과하자 A사가 동대문세무소를 상대로 퇴직금의 손금불산입과 관련한 세액 30억 1,700여만원 부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19구합81100)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그러나 최근 "이유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개정 퇴직금 규정 중 적어도 대표이사 겸 사장에 대한 4.5배 지급률 부분은 원고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김씨의 퇴직을 염두에 두고 그에게 퇴직급여의 형식을 빌려 법인의 자금을 분여하기 위하여 개정 전 퇴직금 규정을 긴급히 개정하여 마련한 것으로서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 제4항 제1호 또는 제5항에서 정한 적법 · 유효한 임원 퇴직급여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퇴직급여 중 원고에게 유리하게 개정 전 퇴직금 규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인 60억 5,500여만원을 손금산입하고 이를 초과하는 99억 3,700여만원을 손금불산입한 피고의 조치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법인세법 시행령 44조 4항은 '법인이 임원에게 지급한 퇴직급여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1호에서 '정관에 퇴직급여(퇴직위로금 등을 포함한다)로 지급할 금액이 정하여진 경우에는 정관에 정하여진 금액'을, 2호에서 '1호 외의 경우에는 그 임원이 퇴직하는 날부터 소급하여 1년 동안 해당 임원에게 지급한 총급여액의 10분의 1에 상당하는 금액에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계산한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각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5항은 '4항 1호는 정관에 임원의 퇴직급여를 계산할 수 있는 기준이 기재된 경우를 포함하며, 정관에서 위임된 퇴직급여 지급규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규정에 의한 금액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김씨의 퇴직일로부터 불과 5일 전인 2013. 11. 27. 임시주주총회를 긴급히 개최하여 임원의 퇴직급여 산정 시 임원의 직위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배의 지급률을 적용하도록 한 개정 전 퇴직금 규정을 대표이사 겸 사장의 경우 4.5배의 지급률이 적용되도록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이와 같은 개정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것은 퇴직을 앞둔 최대주주인 김씨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로 인한 것인 바 그 결과 김씨는 개정 전 퇴직금 규정 적용 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인 60억 5,500여만원보다 99억 3,700여만원이나 많은 159억 9,300여만원을 퇴직급여로 지급받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결국 개정 퇴직금 규정 중 대표이사 겸 사장에 대한 4.5배 지급률 부분은 원고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인 김씨의 퇴직을 앞두고 그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임의로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김씨 본인의 지배력에 의해 개정 전 퇴직금 규정을 긴급히 개정한 것일 뿐, 원고가 그전부터 계속적 · 반복적으로 적용하여 온 일반적이고 구체적 · 합리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어 개정 퇴직금 규정 중 적어도 대표이사 겸 사장에 대한 4.5배 지급률 부분은 법인세법 시행령 44조 4항 1호 또는 5항에 따른 정당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이 특수관계자인 특정 임원에게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부당하게 고액인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법인의 소득금액은 낮아져 법인세가 부당하게 감소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와 같이 법인이 특수관계자인 특정 임원 등에게 지급한 보수나 상여금, 퇴직금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일 직위에 있는 임원 등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등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경우라면 특정 임원 등에게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여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행위로서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9호의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부인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특수관계자인 김씨에게 지급한 퇴직급여로 인하여 원고의 2013 사업연도 소득금액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설령 개정 퇴직금 규정 자체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할지라도, 김씨에 대한 퇴직급여 자체에 대하여는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퇴직급여 중 적어도 법인세법 시행령 제44조 제4항 제2호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금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와 같은 전제에서 원고에게 유리하게 개정 전 퇴직금 규정에 의한 금액만을 손금산입하고 그 초과 금액은 손금불산입한 피고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