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부산 해운대고 자사고 지정취소 취소하라"

[부산지법] "평가기준 변경해 소급 적용"

2020-12-29     김덕성

부산 해운대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을 받은 경희고 · 배재고 · 세화고 · 숭문고 · 신일고 · 이대부고 · 중앙고 · 한대부고 등 서울의 자사고 8곳과 경기도의 안산동산고가 낸 소송결과도 주목된다.

부산지법 행정2부(재판장 최윤성 부장판사)는 12월 18일 2019년 8월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23297)에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며 "지정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해운대고는 5년마다 실시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서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54.5점을 받아 2019년 8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자 집행정지신청과 함께 소송을 냈으며, 집행정지신청은 2019년 8월 28일 인용됐다.

부산시교육감은 이에 앞서 기존의 60점이었던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올리고, 감사 등 지적 사례에 따른 최대 감점을 3점에서 12점으로 네 배나 올린 2019년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기준을 2018년 12월 31일 해운대고에 통보하고, 2015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의 운영 성과에 소급 적용했다. 2019년도 평가기준에서는 또 2014년도 평가기준과 비교해 평가지표 중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여부' 항목에서 평가기간 중 한해라도 법인전입금이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의 1% 미만인 경우 0점 처리 한다는 기준이 신설되고,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항목도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4% 이상이면 최하등급인 매우 미흡'인 것으로 변경됐다. 피고가 해운대고에 통보한 평가기준은 2018년 12월경 교육부와 11개 시 · 도교육청이 공동개발한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을 기초로 한 것으로, 이 평가기준엔 평가대상기간이2015. 3. 1.부터 2019. 2. 28.까지 4년간으로 되어 있다.

재판부는 먼저 "자사고는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법률로 정하고 있는 학교교육제도에 관한 사항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학교이고, 자사고 제도의 운영은 국가의 교육정책과도 긴밀하게 관련되며, 자사고의 지정 및 그 취소는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 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고, 따라서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국가의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4추33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는 교육정책의 수립 및 집행과 관련하여 폭넓은 재량을 가지므로 자사고의 운영성과 평가를 위한 평가기준, 평가지표 등을 설정함에 있어서도 상당한 재량권이 있다 할 것이나, 그러한 평가기준이나 평가지표의 설정이 객관적 합리성이나 타당성을 현저하게 결여한 경우에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되어 위법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평가기준 및 평가지표의 신설 또는 변경은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것으로 원고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피고가 이를 이미 지나간 평가대상기간의 학교운영성과에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써 원고로서는 평가대상기간 동안의 학교운영에 이를 반영하여 2019년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였고, 이러한 일부 평가지표의 신설 또는 변경이 없었더라면 원고는 자사고 지정기간 연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를 2014년 60점 이상에서 2019년 70점 이상으로 10점이나 상향한 것은 지정기간 연장 여부의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원고에게는 아주 불리한 변경인데, 피고는 위와 같이 변경된 기준점수를 2018. 12. 31.에서야 원고에게 통보하고 이를 평가대상기간(2015. 3. 1.부터 2019. 2. 28.까지) 동안의 학교운영성과에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써 원고는 위 변경된 기준에 맞추어 학교를 운영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으므로, 피고가 기준점수를 위와 같이 큰 폭으로 상향하여 소급 적용한 것은 재량권의 자의적 행사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감사 등 지적사례로 인한 최대감점을 2014년 3점에서 2019년 12점으로 9점이나 확대한 것 역시 지정기간 연장 여부의 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원고에게는 아주 불리한 변경인데, 피고로서는 원고가 평가대상기간 동안 지적받은 사례의 내용, 횟수 등을 모두 알고 있어 평가지표를 위와 같이 변경하면 원고에게 최대감점인 12점이 적용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 어떠한 합리적 근거와 설명도 없이 평가지표를 위와 같이 변경한 후 2018. 12. 31.에서야 원고에게 통보하고 이를 평가대상기간 동안의 학교운영성과에 소급하여 적용한 것은 재량권의 자의적 행사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9년도 평가기준의 평가지표 중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여부'와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항목은 학교법인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직원 인건비 및 학교 · 교육과정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자사고의 제도적 취지에 비추어 그 심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자체로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으나, 법인전입금이 한해라도 수업료 및 입학금 총액의 1% 미만인 경우 0점 처리를 하는 기준을 신설하거나 종전에 최고 등급을 받은 순세계 잉여금 항목을 갑작스럽게 최저 등급을 받을 정도로 변경하여 이를 이미 지나간 평가대상기간 동안의 학교운영성과에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은 원고가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의 평가기준 강화를 넘는 것이어서 재량권의 자의적 행사로 봄이 상당하다"며 "위와 같이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되거나 신설된 기준점수와 최대감점 한도,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여부 및 교비회계운영 적정성 항목에 관한 평가지표가 소급적용되지 아니하였다면 원고는 최소한 63.5의 평가점수(2019년 평가점수 54.5+2019년 최대감점 점수 12점–2014년 최대감점 점수 3점)를 얻어 변경 전 기준점수 60점을 충족함으로써 자시고 지정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는 자사고 평가에 있어 객관적인 합리성과 타당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 상당히 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의 위법성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 중 지정취소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지정취소처분이 위법함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최종우, 황호진 변호사와 법무법인 전문이 해운대고를 대리했다. 부산시교육감은 법무법인 국제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