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4년간 기간제 영어강사 근무 후 공개채용 거쳐 1년간 근무했어도 정규직 전환 안 돼"
[대법] "근로관계 단절돼 근로기간 합산 불가"
초등학교에서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4년간 기간제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근무한 후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다시 1년을 근무했으나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받은 경우, 두 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어 근로시간을 합산할 수 없고, 따라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게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간제법과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4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기간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월 20일 광주광역시가 "영어회화 전문강사인 A씨와 B씨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보아 이들에 대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52153)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 B씨가 피고보조참가했으며, 서한기, 최목 변호사가 광주시를 대리했다.
A씨는 광주시에 있는 C초등학교에서, B씨는 D초등학교에서 2010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4년 동안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반복 · 갱신하면서 초 · 중등교육법령에 따른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근무했으나, 광주시가 4년 근무 만료자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학교단위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선발, 운영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낸 후 각 학교장으로부터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받고 퇴직금을 정산 · 지급받았다. A, B씨는 이후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다시 C, D초교에 각각 최종 합격, 각 학교장과 계약기간을 2014년 3월 1일부터 1년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새로이 체결하고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계속 근무했으나, 두 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015년도부터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상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1년 뒤 각각 해당 학교장으로부터 기간제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받자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에선 구제신청이 기각되었으나, 중노위가 A, B씨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해 두 사람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원직 복직과 함께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자 광주시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체결되거나 갱신되어 일정한 공백기 없이 기간제근로자가 계속적으로 근로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으로서 '계속 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다만 기간제 근로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반복 또는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전후한 기간제근로자의 업무 내용 · 장소와 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 또는 갱신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나 그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의 계속된 근로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결과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그 시점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2014. 3. 1. 새로운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참가인들과 원고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 그 시점에 근로관계는 단절되었다"며 "결국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2014. 3. 1.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 없어 참가인들의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참가인들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42조 1항은 산학겸임교사 등의 종류로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규정하고, 같은 조 5항은 제1항에 따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기간제법 4조 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기간제법 4조 1항 단서 6호, 기간제법 시행령 3조 3항 1호는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기간제법 제4조 제1항과 달리 정하거나 별도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사용자는 초 · 중등교육법령에 따라 임용된 기간제근로자인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이러한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또는 갱신되어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4년을 초과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나, 이 사건에선 4년간의 기간제 근로와 공개채용을 거쳐 근무한 1년을 합산할 수 있는냐가 쟁점이었고, 합산할 수 없다고 보아 광주시의 청구가 인용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하여 온 참가인들은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근무기간 4년이 지난 후에는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절차를 거친 후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2014. 3. 1.부터 새로이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근무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참가인들이 응시한 공개채용 절차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진 신규 채용 절차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개채용 절차 진행 당시 기존 영어회화 전문강사들 중 일부는 자신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고 있던 학교 이외의 다른 학교에 응시하기도 하였다"며 "참가인들을 포함한 기존 영어회화 전문강사에게 공개채용 절차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또는 갱신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2014. 3. 1.을 전후하여 참가인들에 대해 이루어진 종전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 절차 및 공개채용 절차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