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률시장의 새 고객, 헤지펀드
M&A 주식시장등 꾸준히 참여, 사모펀드처럼 운용영국 로펌 이어 미국 로펌들도 법률자문 뛰어들어
2007-03-23 김진원
그러나 카나리 워프보다 더 잘나가는 곳이 있다. 바로 하이드 파크(Hyde Park) 동쪽에 위치한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메이페어(Mayfair) 지역으로, 최상급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최근에 영국으로 진출한 한 글로벌 로펌은 카나리 워프가 아닌 메이페어 지역에 사무소를 정했다. 런던의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 헤지펀드(Hedge Fund) 관련 고객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수년간 사모펀드(Private Equity)가 미국과 영국의 법률시장의 큰 고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 미국시장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헤지펀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런던의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 헤지펀드 관련 고객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규모 면에서 볼 때, 영국에서만 총 400~700개의 헤지펀드가 활동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약 2억5천만달러로, 뉴욕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참고로 헤지펀드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1조2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3천억 달러가 유럽 포션이다.
이와함께 새롭게 진화하는 헤지펀드의 성향이 헤지펀드 관련 법률서비스의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존의 헤지펀드들이 유동성 있는 자산에의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최근의 헤지펀드들은 사모펀드와 유사하게 미니 투자은행(mini investment bank)처럼 운용되며, 각종 M&A, 파생상품 및 주식시장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또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단기차익을 노리기 보다는 장기간 보호예수 기간(Lock-Up Period)을 가지면서 기업가치를 올린 후 IPO나 주식매매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등 사모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운용 관련 전략적 분야로 법률서비스 수요 이동
이에 따라 과거 헤지펀드 관련 법률서비스가 주로 펀드의 설립에 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파이낸싱과 조세전략, M&A 관련 자문, 각종 규제에 관한 자문 등 헤지펀드 운용의 전략적인 면에 초점을 둔 법률 자문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금융감독기관이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분야에 대한 법률서비스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IB(Investment Banking)업무를 하던 전문가들이 헤지펀드 매니저로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와 같이 IB분야의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동안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로펌들이 이러한 고객과의 관계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헤지펀드 관련 법률서비스도 계속적으로 맡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에서 헤지펀드 관련 법률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로펌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초창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그룹과 새롭게 뛰어든 이른바 'Magic Circle (런던의 유명한 5대 로펌을 말함)', 그리고 최근에 이 경쟁에 합세하고 있는 미국계 로펌들이다.
Simmons & Simmons는 1994년 런던에서 최초로 헤지펀드에 관한 법률 자문을 맡았다. 그 전에도 80년대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 시몬스는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파이낸싱, M&A 등에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런던증권거래소의 인수 입찰에 참여하였던 맥쿼리뱅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헤지펀드인 Centaurus Capital Ltd.를 대리하기도 하였다. 이밖에 Tudor Investment Corporation, Power Capital Management LLP, Pendragon Capital LLP 등 다수의 헤지펀드를 대리해 법률 자문을 제공한 적이 있다.
Dechert의 런던 오피스도 시몬스와 마찬가지로 초기부터 헤지펀드 관련 업무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몇년전 Legg Mason,Inc가 Citigroup Asset Management를 인수한 후 피인수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자문을 맡은 바 있다.
런던의 5대 로펌 중 하나인 Allen & Overy는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적대적 인수를 시도한 고객을 대리해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미국의 헤지펀드로부터 들여온 레버리지 바이아웃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Clifford Chance도 3년전 사모펀드 관련 법률서비스를 위한 그룹을 만들어 헤지펀드, Private Equity, 부동산 펀드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 등에서도 관련 자문 수요 늘듯
런던의 헤지펀드 시장을 개척하고자 대서양을 건너 경쟁에 뛰어든 미국 로펌들은 Akin Gump와 Schulte Roth가 대표적이다.
1997년 러시아 석유기업에 관한 서비스 때문에 최초로 런던에 오피스를 세운 Akin Gump는 2002~2003년 헤지펀드 관련 자문 서비스를 통하여 런던 오피스를 큰 규모로 확대할 수 있었다. 투자와 펀드 분야의 파트너를 뉴욕에서 런던으로 옮겨오고, 경쟁 회사인 Dechert의 런던 오피스에서 전문가들을 스카웃하는 노력 끝에 다수의 우량 헤지펀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엔 Apollo Alternative Asset의 유로넥스트 증시 상장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Schulte Roth는 펀드 설립 등에 대한 자문을 주로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헤지펀드인 Cerberus Capital을 대리해 GM 계열의 금융서비스회사인 GMAC 인수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향후 유럽의 헤지펀드 관련 시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해 나갈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이 매력적인 요소를 다분히 갖춘 시장임에는 분명하지만 향후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이머징 마켓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분야는 현재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시장이다. 앞으로도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분야에 대한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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