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시장 구해낸 '신의 한 수'는?

"양형부당 구체적 이유 기재 없으면 무거운 형 선고 불가"

2020-07-10     김덕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은수미 성남시장이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파기 사유는 "양형에 관하여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주장이 없었음에도 항소심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 대법원의 이러한 파기 사유에 비춰볼 때 은 시장은 환송후 열릴 항소심에서도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되기 어려워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월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7월 9일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항소심의 양형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2795). 법무법인 원이 1심부터 은 시장을 변호했고,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지평이 변호인에 추가로 투입되었다.

항소이유서 등에 '양형부당'이라고만 기재

대법원은 "검사는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심(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제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 ·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제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가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시하였음을 전제로 제1심판결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였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불이익변경금지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 15일부터 2017년 5월 25일까지 방송 출연 등을 위해 성남에서 서울 등으로 이동하면서, 모 법인에서 렌트비와 월급여 200만원의 임금 등을 지급하는 최 모씨가 운전하는 렌트 차량을 주 1~2회 합계 93회 이용하여,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45조 1항 위반)와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45조 2항 5호 위반)의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정치자금법 45조 2항 5호와 31조 1항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 · 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법인 돈 수수'는 1심부터 무죄

은 시장은 재판에서 "최씨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량을 이용하였을 뿐"이라며 "정치자금 수수의 고의가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했으나,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씨의 행위가 이른바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가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교통편의를 도모하는 정치자금의 제공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서도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를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정치자금법상 금지되어 있는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45조 2항 5호, 31조 1항은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구성요건상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법인'의 자금일 것을 특정하고 있으므로, 위 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법인의 자금이라는 객관적 사실 외에 그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될 것을 요한다"고 전제하고,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정치자금이 법인의 자금이라는 점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은 시장은 1심에서 당선이 무효가 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아 일부 유죄 판결에 불구하고 시장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재판부가 1심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으나, 유죄 부분과 관련한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자 은 시장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 중 '항소의 이유' 란에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정치자금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됨에도 원심은 위 범죄사실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사실오인 및 그로 인한 양형부당에 대해 항소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양형부당에 관하여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은 또 검사가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제3항 제목 부분에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제3항 본문의 내용 부분에는 주로 제1심판결 중 정치자금법 제45조 제2항 위반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에 관한 이유가 기재되어 있고, 양형부당에 관해서는 "이와 같이 법인으로부터 자금 수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법정 외 정치자금 수수의 점에 관하여서만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은 양형 부당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는 무죄 부분이 유죄로 인정될 것을 전제로 한 양형부당 주장에 불과하다),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항소이유서 결론 부분에도 "원심은 사실오인으로 인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러한 위법은 원심의 양형에도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구형대로 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사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2019년 10월 17일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항소이유서를 진술한 다음, 항소이유의 요지로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전체적으로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한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61조의5는 15호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를 항소이유로 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155조는 항소이유서에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위 각 규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1심 유죄판결 또는 일부 유죄, 일부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항소한 경우 양형부당의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 항소심은 검사의 항소에 의해서든 직권에 의해서든 제1심판결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 · 판단할 수 없고, 따라서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