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는 배임죄 아니야"
[대법]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아니야"
주권발행 전에 주식을 양도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주식을 양도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경우 양도인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민 모씨는 2009년 10월 23일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A사 사무실에서 김 모씨에게 대금 5억원을 받고 주권발행 전인 A사의 비상장주식 5만주를 양도하였고, 2012년 3월경 김씨로부터 이 중 2만주를 다시 양수했다.
민씨는 김씨에게 양도한 3만주에 대해 회사에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를 하는 등 김씨에게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2012년 11월 A사의 발행주식 전부와 회사에 대한 권리 일체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다가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배임 유죄를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자 민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6월 4일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5도6057). 법무법인 동인이 민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주권발행 전 주식의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발생하고, 그 주식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의 협력을 받을 필요 없이 단독으로 자신이 주식을 양수한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그 명의개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회사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양도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어 주어야 할 채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는 자기의 사무라고 보아야 하고, 이를 양수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양수인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권발행 전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에서의 양도인은 양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양도인이 위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주식양도계약에 따라 피해자에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는 민사상 자신의 채무이고 이를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양도한 이 사건 주식 3만주에 대하여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한 채 제3자에게 위 주식을 양도하여 시가 미상 3만주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