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과로로 쓰러진 60대, 11일 요양 후 출근 이틀 만에 다시 쓰러져 사망…산재"

[대법] "1차 재해 산재면 2차 재해도 산재 가능성"

2020-07-06     김덕성

과로로 쓰러진 60대 근로자가 11일간 요양한 후 재출근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쓰러져 사망한 사고와 관련,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 영주권을 보유한 중국 국적자인 이 모(사망 당시 62세)씨는 H사의 공장과 야적장에서 PVC 파이프를 2인 1조로 30분 단위로 포장하여 상하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 · 야간 교대근무를 해오던 2018년 2월 8일 오후 8시 40분쯤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심혈관 흉통으로 중증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동료 근로자의 신고로 119 응급차로 인근 병원에 후송되었다(1차 재해). 이씨는 당시 협심증이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개인적 사정으로 입원이 어렵다고 하며 응하지 않았다.

사고가 날 무렵 이씨는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다시 약 2주간 주간근무하는 것을 반복하는 형태로 근무했으며, 이씨의 주간 근무시간은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하여 7시 30분부터 19시까지 11시간 30분, 야간 근무시간은 19시부터 7시 30분까지 12시간 30분이었다.

이씨는 2018년 2월 9일부터 19일까지 설 연휴를 포함하여 11일간 요양한 후 2월 20일 오후 5시 40분쯤부터 다시 야간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출근 이틀 만인 2월 22일 오후 6시 38분쯤 야간근무를 하기 직전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하여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에 이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이씨의 사인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고, 사체검안서에는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 심부전(의증), 선행사인으로 심질환(허혈성심질환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부검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씨는 2009년 11월경 원발성 고혈압, 상세불명의 협심증으로 각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이후 수차례 상세불명의 천식, 상세불명의 호흡곤란, 기관지확장증, 수축성(울혈성) 심부전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이씨는 사망 전 구정 연휴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업무상 부담의 정도가 심장 질환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심장 질환의 진행을 촉진시켜 이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이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그러나 5월 28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두62604). 임채홍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원고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1차 재해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 후에 발생한 2차 재해는 1차 재해가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생될 가능성이 많고, 만약 사정이 그러하다면 2차 재해도 업무에 기인한 업무상 재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따라서 2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1차 재해 당시에 망인이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평소 장시간 근무와 장기간의 주 · 야간 교대 근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에 의하더라도, 업무와 1차 재해 사이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결국 이씨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와 장기간의 주 · 야간 교대제 근무로 육체적 · 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1차 재해일에 야외 작업을 하면서 겨울철의 추위에 노출된 점도 영향을 미쳐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1차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또한 이씨는 1차 재해 이후에도 경제적 형편 등으로 인하여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하였다가 2차 재해가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1차 재해 발생 후 2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2차 재해 발생 당시에는 이씨가 객관적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이씨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