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미수에 그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징역 2년 실형
[중앙지법] '범행 가담 인식' 인정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또 징역형 실형이 선고됐다.
A씨는 2020년 2월 18일 낮 12시 10분쯤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노상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등 대출 약관을 어겼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예정이고, 이미 대출받은 2,300만원에 대하여는 위약금을 납부해야한다. 하지만 1,20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저축은행직원에게 건네주면 금융감독원 신고도 하지 않고, 위약금도 내지 않도록 해주겠다'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를 만나 저축은행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팩스로 받은 위조된 채무완납증명서를 건네주었으나 피해자가 현금 1,200만원이 들어있는 것처럼 꾸민 '위장된 은행 봉투'를 주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심부름대행업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만 알았을 뿐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은 금원이 보이스피싱 사기 편취금임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현 판사는 그러나 5월 27일 "피고인에게는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사기미수와 위조사문서행사 유죄를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20고단1663).
김 판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년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그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홍보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고,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총책, 피해자를 기망하는 유인책, 접근매체 모집책, 접근매체 전달책, 현금 인출책, 송금책 등의 점조직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그 중 현금 전달책 또는 송금책의 범행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전화 상대방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현금을 수거하고 이를 송금하는 등의 역할을 이행하려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경위나 내용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정상적인 아르바이트 내지 심부름 업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더욱이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고, 지시를 하는 상대방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분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따지거나 실랑이를 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번에는 허탕이 없겠죠?', '다음건도 있는지요?', '서초 건은 돈 준비 다 되었답니다', '(혹시 피해자가 전화번호 가르쳐달라고 하면) 채권추심팀은 고객분들에게 개인정보를 드릴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이 범행이 보이스피싱임을 아는 듯한 대화를 나누었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업무 수행 경위, 업무의 내용 및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불법성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이례적인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재판에서 건당 3~8만원 정도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였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이에 대해 "이는 단순한 돈 심부름이라고 하기에는 대가가 크고, 또한 피고인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분석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또는 이전에 이 사건 범행과 유사한 건으로 받은 대가는 위 금액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출책, 현금 전달책 등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필수불가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하위 역할 분담자들에 대하여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점, 동종 범죄로 인한 형사 처벌 전력이 많은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