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2020년도 정기주주총회 결산(2)
주총 후 지분 늘리는 3자 연합…한진칼 주총 장기화 예상
5월호에 이어 2020년도 정기주주총회의 주요 특징을 소개한다.
4. 사업보고서 등 제출 연기 허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재무제표 승인 안건 또한 12건이나 부결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또한 주주총회의 참석률 저조로 정족수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한편 중국에 공장이나 현지 법인이 있거나 코로나 19 확진자가 사무실을 다녀가는 바람에 사무실이 폐쇄되어 외부감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기업이 잇달아 발생하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앞서 지난 2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행정제재를 면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로 미제출…행정제재 면제
원칙적으로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정기주주총회 개최 6주전까지 재무제표를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하며(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위반 시 증권선물위원회는 임원의 해임 또는 면직 권고, 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 일정 기간 증권의 발행제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요구 등의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외부감사법 제29조 제1항). 외부감사법에 따라 감사인은 감사보고서를 정기주주총회 1주 전까지 회사 · 증권선물위원회 ·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제출해야 하며(외부감사법 제23조 제1항), 위반 시 증권선물위원회는 감사인 등록 취소 건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 정지 건의, 한국공인회계사회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명령, 감사업무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다(외부감사법 제29조 제3항).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은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여야 하는데(자본시장법 제159조 제1항),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 3월 30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 위반 시 해당 법인의 직접 사업연도 발행주식의 일일평균거래금액의 100분의 10 이하의 범위에서(20억원을 초과하거나 발행주식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20억원)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자본시장법 제429조 제3항 1호).
이에 대해 정부는 12월 결산법인 중에 (i)주요 사업장이 중국 또는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 지역에 있거나 동 지역에서 중요한 영업을 수행하고 2019년 재무제표 작성 또는 외부감사가 코로나19 또는 방역 등을 위한 각종 조치의 영향으로 지연된 경우, (ii)감사인이 코로나19 또는 방역 등을 위한 감사인 사무실 폐쇄 등 각종 조치의 영향으로 2019년 회계연도 외부감사를 기한 내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 (iii)기타 위에 준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경우 제재 면제를 신청할 수 있고,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통해 선정된 기업들은 재무제표 · 사업보고서 ·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을 허용하고 제재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63개사 제재 면제 결정
위 정책에 대해 상장사 41개사 포함 69개사가 제재 면제를 신청하였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이중 63개사(상장사 35개사)에 대해 제재 면제를 결정하였다. 금융위원회에 의하면 신청 사유 중에는 감사전 재무제표는 작성되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지역간 이동 곤란, 담당인력 자가격리 등으로 사업보고서 작성 및 제출이 지연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한 위 신청회사 중 해당 감사인인 회계법인 36개사에 대해서도 제재가 면제되었다.
정기주총 연기 회사는 많지 않아
그러나 위처럼 일부 회사들이 사업보고서 등 제출 연장을 신청한 것과는 별개로, 정기주주총회는 예년과 동일하게 3월에 진행한 회사들이 절대 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의하면 올해 3월까지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 상장회사는 2,029곳(코스피 754개사 · 코스닥 1,275개사)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주명부폐쇄기간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상법 제354조), 12월 결산법인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3월 정기주주총회 자체를 연기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하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정기주주총회를 4월로 연기 · 속행하여 승인을 받을 수 있고, 기준일 등에 관한 위 상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인 사유에 의한 것이므로 연기 · 속행된 주주총회의 결의 효력은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석을 발표했다. 또한 상법에 따라 이사는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정기주주총회일 1주간 전부터 본점 등에 비치하여야 하는데(상법 제579조의3), 법무부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외부감사를 완료하지 못하여정기주주총회 예정일 전에 위 서류를 비치하지 못하였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한 것이므로 상법상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여러 가지 계약의 위반 문제와 그 위반이 불가항력적 사유에 의한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데, 불가항력의 법리는 당사자의 예견 가능성 · 지배영역 내의 행위인지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본 해석은 회사의 재무제표의 승인과 비치 등에 국한된 문제이긴 하지만, 법무부가 "불가항력적인 사유"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법적 분쟁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5. 5%룰 개정과 개정 이후의 주주권 행사 양상
(1) 주식등 대량보유보고의무(5%룰) 개정
5%룰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식등을 본인과 그 특별관계자가 합하여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또는 보유목적이나 중요사항이 변경된 경우에는 일정 기간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자본시장법 제147조). 보고자는 보고 시 자신의 주식보유목적을 기재하여야 하는데, 개정 전 자본시장법은 투자자의 주식보유목적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과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하여 보고사항 및 보고기간 등을 다르게 정하고 있었다.
주식보유목적 따라 보고의무 차등화
올해 2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를 다시 "단순투자 목적"과 "일반투자 목적"으로 세분화하여 보고의무를 차등화하였다. 단순투자 목적은 주식등의 수와 관계없이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소극적인 주주의 권리(의결권, 신주인수권, 이익배당청구권 등)만을 행사하기 위한 경우를, 일반투자 목적은 대상회사에 임원보수, 배당 관련 주주제안을 하는 등과 같이 비교적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을 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여기서 대상회사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것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에 해당하나,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거나 대외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제외한다. 공적연기금 등이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투자대상 기업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전에 공개한 원칙을 따르는 경우 또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지 않는다.
투자 목적에 따라 보고의무 완화
보고의무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 일반투자 목적, 단순투자 목적의 순으로 엄격하다. 예컨대 주식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투자자는 보유가 있었던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보고하여야 하나, 이후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하는 경우 보고시기는 보유목적별로 달라진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투자자의 경우 보유비율의 1% 이상 변동일로부터 5일 이내에 보고하여야 하나, 일반투자 목적의 경우에는 변동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단순투자 목적의 경우에는 변동이 있었던 달의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는 것으로 의무가 완화된다.
한편 공적연기금 등 전문투자자의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인 경우 주식등의 5% 이상 보유 또는 보유비율의 1% 이상 변동일로부터 5일 이내에, 일반투자 목적의 경우 보유 또는 변동이 있었던 달의 다음달 10일까지, 단순투자 목적의 경우 보유 또는 변동이 있었던 분기의 마지막 달의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는 것으로 의무가 완화된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고한 투자자가 배당 관련 주주제안을 하고자 하는 경우와 같이, 보유목적이 변경되는 경우 목적을 변경한 때로부터 5일 내에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보고하여야 한다.
본 개정은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이 활발해지는 추세에 따라, 주주활동의 강도에 따라 5%룰을 합리적으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주주 활동의 어느 범위까지가 단순투자 목적과 일반투자 목적, 그리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을 나누는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는 상태인 듯하다. 예컨대 주주가 구체적인 안건에 관하여 주주제안을 하거나 기타 상법상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경영진과 면담을 갖거나 서신을 보내면서 추상적인 주주 가치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까지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아야할지 불명확함이 있다.
투자 목적 구별 명확하지 않아
이러한 주주 활동은 개정 전 5%룰에 의하면 단순투자 목적에 해당했기 때문에, 그간 단순투자 목적으로 공시하고 소극적인 범위 내에서 주주활동을 해왔던 기관투자자들이 본 개정 이후 일반투자 목적으로 포섭될 위험 때문에 오히려 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구별의 실익이 크지도 않아서 오히려 주주활동을 제한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지적도 많은 것 같다.
(2) 단기매매차익 반환 규정
단기매매차익 반환은 주권상장법인의 임직원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 이상 주식을 소유하거나 법인의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가 6개월 이내에 특정증권등을 매매해 차익을 실현한 경우 이를 법인에 반환할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다(자본시장법 제172조).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는 회사의 내부자로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매매거래에 이용하여 부당한 차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자본시장법 및 하부 위임 규정인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불공정거래 조사 · 신고 등에 관한 규정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같은 공적연기금의 경우, 기금의 관리나 운용을 위한 매매를 하면서 주식의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한하여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를 면제하여 왔다.
그러나 5%룰 개정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가 단순투자 목적과 일반투자 목적으로 세분화되면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고한 공적연기금의 주주활동이 증가하는 경우 이들이 비공개 경영진 면담, 서신 교환 등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재무상태와 같은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완이 필요하였고, 이에 따라 단기매매차익 반환에 관한 위 규정이 개정되었다.
Chinese Wall 마련해야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및 불공정거래 조사 · 신고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공적연기금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염려가 없도록 수탁자책임 부서와 자산운용 부서 간 물적 독립 등을 포함한 정보교류차단장치(이른바 Chinese Wall) 및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증권선물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 특례를 허용하도록 요건을 강화하였다.
(3)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위 5%룰 개정으로 인하여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늘어나고 상장회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특히 한국 증권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민연금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국내 기업은 총 313곳에 달한다고 한다), 5%룰 개정 이후 국민연금은 56개 기업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한다.
5% 이상 보유 기업 313곳
정기주주총회 시즌 이후의 보도에 의하면,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에 대해서도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과 비슷한 비율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의결권 행사 공시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총이 진행된 국내 기업 229곳의 의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74곳 기업의 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중 일반투자 목적 기업 36곳 가운데 국민연금은 11곳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 기업 193곳 가운데 국민연금은 63곳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투자목적 변경이 적극적인 반대표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추후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활동여부는 조금 더 두고 볼 문제이다.
참고로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이는 지난 2019년 12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의결된 이후 주주권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주제안권 행사 기한인 주주총회일의 6주 전까지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예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4) 그외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국민연금 외에도,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들도 보유 종목에 대해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골프존, KMH, 컴투스, 에스엠 등 6개 종목에 대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넥센, KISCO홀딩스, 세방, 세방전지 등의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공시했다.
이후 올해 주주총회에서 KB자산운용은 효성티앤씨에 대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 넥센, 세방, 세방전지에 대해 배당 및 주주환원 확대와 관련하여 주주서한을 송부하였다.
다만, 위 두 기관투자자들은 일반투자로 전환한 이후 주주활동을 개시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작년 에스엠 등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한 바 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또한 대상회사들에 주주가치의 제고를 요구하는 서한을 이미 보낸 바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에는 이르지 않아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고하고 주주활동을 해왔던 기관투자자들이, 5%룰 개정으로 일반투자 목적이 신설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엄격한 규제에 편입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이처럼 비록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5%룰 개정 이후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전환하면서 주주활동이 확대된 사례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향후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변경한 기관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을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따라 본 5%룰 개정 취지의 실현 여부와 그 실효성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
(5)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관투자자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나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하지는 않았던 해로 평가된다. 다만 국내 펀드인 KCGI의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캠페인이 주의를 끈다.
142개사 정관변경 안건 분석
참고로 기업지배구조원이 분석한 142개사의 정관변경 안건 중에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변경하거나, 이사회 결의에 의해서 재무제표를 승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등 주주들의 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사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주 측 감사 선임 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변경하는 정관변경 안건도 있었는데,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자 하는 정당한 이유도 없이 단지 주주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어적인 수단으로서의 정관 변경은 주주가치의 훼손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것이다.
6. KCGI의 한진그룹 상대 캠페인
KCGI의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캠페인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두드러졌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모펀드 KCGI는 작년 초 한진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서신공개 및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의안상정 가처분을 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벌여왔다. 작년 주주총회와 달리 올해 주주총회에서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성했다. 3자 연합 측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4인 · 사내이사 2인 및 기타 비상무이사 1인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 중 사외이사 수 확대 및 감사위원회 위원 증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주목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각종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원에서 맞붙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건은 반도건설 측이 신청한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이다. 반도건설 측의 5%룰 위반이 문제되자 반도건설 측이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고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당초 가처분 신청시 3자 연합은 회사 측이 주주총회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방어적 조치라고 이를 설명했다.
위 가처분 사건에서는 반도건설 측의 5%룰 위반이 문제되었는데, 5%룰을 위반한 자는 주식등의 매수 등을 한 날부터 그 보고(정정보고 포함)를 한 후 6개월까지 기간 동안 5% 초과 분 중 위반분에 대하여 의결권이 제한된다(자본시장법 제150조 제1항).
반도건설 측은 지난해 10월 5.06%, 12월 6.28%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공시하며 보유 목적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없는 단순투자 목적으로 공시하였다. 그리고 2020년 1월 10일에 이르러서 지분 8.28%를 보유한 사실을 공시하며 보유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경영참가 목적 공시 이전인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의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반도건설 측의 요구에 따른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 국내외 주요 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5% 초과 부분 의결권 제한
법원은 반도건설 측의 위와 같은 요구는 임원 선임에 관하여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서 영향력 행사의 목적이 배제된 단순한 의견 전달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반도건설 측에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주식 보유목적의 변경보고를 하지 않은 반도건설 측에 5%룰 위반이 있다고 보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3. 24.자 2020카합20509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결정). 이에 따라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8.2% 지분 중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전부가 위반분이라 보고 의결권이 제한되었다. 이로써 3자 연합 측의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은 조현아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5%로 총 28.78%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위 의결권 제한 자체가 금번 주주총회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3자 연합 측은 제안한 모든 안건에서 패배했는데, 반도건설 측의 제한된 지분 3.2%를 더해도 표차를 뒤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건은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가결된 반면,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찬성 47.88%, 반대 51.91%, 기권 0.21%로 부결되었다). 물론 주주총회를 단 3일 앞둔 시점에서 3자 연합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는 소식이 다른 주주들에게 영향을 주어 이것이 표대결에서 3자 연합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번 정기주주총회와 관련하여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하여 찬성할 것을 회원사에게 권고했다. 반면 3자 연합이 제안한 의안에 대해서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만 찬성을 권고했고, 나머지 후보자 6명의 이사 선임안에는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역시 조원태 회장 선임에 대하여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도 찬성
3월 27일 오전 9시에 개회할 예정이었던 한진칼 주주총회는 3시간 가량 연기되어 12시를 넘어서야 개회했다. 양측이 각각 기관투자자나 개인주주로부터 받은 위임장에 법적 하자가 있는지 상대방 진영이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한진칼과 KCGI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총회검사인이 선임되어(상법 제367조), 검사인은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총회 진행 절차의 적법성 등을 조사하기도 하였다.
최종적으로 주주총회 결과는 회사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리고 회사 측이 추천한 사내 · 사외이사는 모두 선임된 반면, 3자 연합이 추천한 인사들은 모두 부결되었고, 3자 연합 측의 정관변경 안건 또한 부결되었다.
주주총회는 끝났지만 주주총회 이후로도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가 예고된다. 주주총회 이후 3자 연합이 오히려 지분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