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당노동행위 자문에 회삿돈 쓰면 배임"
[대법] 류시영 유성기업 회장 실형 확정
회사 대표가 노무법인과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자문료를 지급하는 행위는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 배임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5월 14일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노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회사 자금 13억 1000여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류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상고심(2020도1281)에서 징역 1년 4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이 모 고문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 최 모 고문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이 각각 확정됐다.
류씨 등은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의 노조가 파업을 하고 공장을 점거하는 등 쟁의행위를 하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후 '우호적인 제2노조의 설립을 지원하고, 기존 노조를 약화시키는 방안' 등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자문을 받고 이를 실행하는 한편 자문료 명목으로 2011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4회에 걸쳐 회사자금 13억 1000여만원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류씨와 이씨는 또 부당노동행위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변호사를 선임한 후, 2014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유성기업 명의의 계좌에서 변호사 선임료 1억 5400만원을 지급하여 유성기업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도 기소됐다.
류씨 등은 "창조컨설팅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불법노동쟁의로 인하여 생긴 급박한 경영위기에서 인사, 노무 분야 전반에 관한 전문적인 자문이 필요하였기 때문이고, 컨설팅 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목적이나 자문 내용에는 제2노조 설립 등의 불법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바,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여 그 자문료를 지급한 것이 임무위배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류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류씨에게 징역 1년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기존 노조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고,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여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세력을 확장하게 한다는 창조컨설팅의 전략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가로 회사로 하여금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임무위배행위로 회사로 하여금 컨설팅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결정을 함에 있어서 회사의 경영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유성기업을 위한다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과 취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로 법령이나 사회상규상 용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의 조직, 운영에 대한 지배, 개입이라는 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회사 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고 컨설팅 회사로부터 이에 관한 자문 용역을 받은 것은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로서, 피고인들에게 회사를 위한다는 나름의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불법한 행위를 위하여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는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인들의 배임의 고의 역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 "유성기업이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지출한 것은 그 자신을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과 피고인 류씨 등 개인들에 대한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구분될 수 있다"며 변호사 선임비용 중 유성기업에 대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 류씨에 대해 징역 1년 4월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