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수술 환자 병원 화장실서 미끄러져 팔, 다리 마비…병원 책임 30%"
[중앙지법] "미끄러져 넘어졌을 가능성 높아"
2007-02-12 김진원
법원은 환자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판단, 병원측이 30%의 책임을 지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부(재판장 안승국 부장판사)는 2월6일 뇌실-복강 단락술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화장실에서 넘어져 팔, 다리가 마비된 A(26)씨와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63165)에서 "병원은 A씨측에 1억4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4년 7월4일 모 병원에서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받고 치료 후 퇴원했다가 그해 11월3일 뇌수두증 치료를 위해 다시 입원해 같은 달 5일 이 병원에서 뇌실-복강 단락술을 받았다.
A씨는 그러나 약 1주일후인 11일 오전 5시30분쯤 이 병원 9층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뇌실-복강단락술 부위에 충격을 받아 출혈이 발생하고, 이후 팔과 다리가 마비상태가 되자 화장실이 미끄러워 넘어졌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사고 당시 화장실 내 세면대 앞바닥에 머리를 땅에 대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으며, 바닥 타일에는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묻어있었다. 병원은 A씨가 뇌 수술 직후여서 바지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바지에 걸려 넘어졌거나 어지러움증에 의해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A씨가 수술 후 사고 전까지 (병원내에서) 스스로 걸어다니고 돌아다녔던 사실 ▲사고 당시 화장실 바닥에 설치된 타일은 표면에 별다른 요철이 없는 매끈한 정사각형 모양으로 미끄럼 방지 타일에 비해 그 크기가 상당히 큰 타일이었던 사실 ▲A씨가 사고 당시 스스로 화장실 가는 것을 본 간호사들이 별 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만약 A씨 혼자서 제대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간호사들이 A씨가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을 리 없는 점, A씨가 넘어져 있던 장소가 화장실 세면대 앞이므로 그 이전에 한 두명만 물을 사용했더라면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었을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점, 피고의 주장처럼 어지러움증 때문에 넘어졌다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 더 일반적인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화장실에서 넘어지게 된 것은 피고의 주장처럼 A씨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끄러져 넘어졌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당시 미끄럼 방지조치가 불충분했을 것으로 보이고 화장실 미끄럼 사고는 정상인의 경우에도 흔히 일어나는 사고로서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생활하는 병원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 병원이 사고가 일어나기 전 미끄럼 방지 작업을 1회 실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를 모두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고가 수술후 6일만에 일어난 점, 피고 병원에서도 미끄럼 방지 공사를 하고 수시로 청소용역업체 직원들로 하여금 청소를 하게 한 점 등 어느 정도 방호조치를 취하고는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측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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