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강아지와 산책하던 70대 자전거에 치어 사망…자전거 운전자 책임 100%"
[중앙지법] 기왕증 기여도만 30% 인정
보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한 사고에서 자전거 운전자의 책임을 100%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김수영 판사는 최근 보도에서 자전거에 치여 사망한 김 모(사고 당시 79세)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자전거 운전자 이씨와 이씨의 보험사인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5284690)에서 피고 측의 책임을 10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6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엘앤엘이 원고들을, 피고 측은 법무법인 주한이 대리했다.
김씨는 2016년 3월 18일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건물 앞의 보도에서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보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던 이씨의 자전거와 충돌하여 바닥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김씨는 이 사고로 외상성 뇌 지주막하 출혈 등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뇌기능 저하로 연하장애(음식물을 삼키기 곤란하게 되는 것)가 있어 흡인(사레)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이 반복되자 심장기능이 저하되어 사고가 난 지 약 4개월 지난 7월 16일 숨졌다. 이에 김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씨와 흥국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씨는 2007년 11월 흥국화재에 보험을 들면서 일상생활에 기인한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보험금액 1억원을 한도로 담보하는 '가족 일상생활 중 대인배상책임담보 특약'을 맺었다.
김 판사는 "도로교통법 13조의2 2항 및 4항에 따라 자전거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하며, 부득이하게 보도를 통행하는 경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때에는 서행하거나 일시정지 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피고 이씨는 건물에서 내려온 불상의 차량을 보내고 나서 곧바로 자전거를 운전하여 보도로 진입하면서 보도에 보행자가 있는지를 살펴보거나,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행하거나 일시정지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고령이던 김씨는 이 사고로 인하여 약 4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던 중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심장기능저하, 패혈증으로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 이씨는 사고로 인하여 김씨와 원고들이 입게 된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고, 피고 이씨의 책임이 인정되는 이상 보험자인 피고 보험회사는 피고 이씨와 연대하여 사고로 인하여 김씨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1억원의 한도 내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사고가 발생한) 보도는 자전거가 보도로 통행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서 김씨는 이씨의 자전거의 통행을 예견하고 이를 피양(避讓)하는 것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보행하고 있던 관계로 이를 제대로 피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피고들의 책임이 80% 정도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비록 보도의 오른쪽이 자동차전용도로인 강변북로로 자전거의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어서 이 사건 보도를 제외하고는 달리 보도로부터 약 90m 떨어진 곳부터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도로에 접근하는 방법이 없어 피고 이씨가 부득이하게 이 보도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김씨로서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일반 보도인 이 보도에서 자전거가 통행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김씨가 강아지 없이 홀로 보행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불상의 차량이 지나간 이후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를 김씨가 피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김씨가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보행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과실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달리 김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다만, 김씨가 사고 당시 만 79세로 고혈압과, 당뇨, 요추4-5협착 등의 기왕증이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 기왕증 기여도를 30%로 보아 손해액을 산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