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산업은행장 요구로 국회의원에 후원금 낸 대우조선해양 전 대표, 뇌물 유죄"

[대법] 고재호 전 대표, 벌금 250만원 확정

2019-12-19     김덕성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월 28일 강만수 전 한국산업은행장의 요구를 받고 국회의원 7명에게 후원금 1740만원을 제공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에 대한 상고심(2019도11767)에서 고씨의 상고를 기각, 강 전 행장에 대한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벌금 250만원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3월 30일부터 2015년 5월 28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고씨는 강씨의 요구를 받고 대표 취임 전인 3월 28∼29일 국회의원 7명에게 후원금 174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명에게는 300만원, 나머지 6명의 의원에겐 각각 240만원씩 후원금을 제공했다. 강씨는 대우조선해양 대표로 내정된 고씨를 3월 23일경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산업은행장 집무실로 불러 국회의원 7명의 이름이 기재된 메모지를 주면서 "메모지에 기재된 국회의원들에게 200~3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기부하라. 후원금을 기부한 후에 해당 국회의원 측에 연락하여 내가 주는 정치자금이라는 것을 알려주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다. 검찰은 고씨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산업은행장에게 대우조선해양 경영에 대한 관리 · 감독 및 대표이사 선임 등 직무에 관하여 1740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고씨는 재판에서 "강씨의 후원금 기부 요구를 산업은행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려고 하는데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도 일정 금액을 분담하라는 취지의 업무 지시로 이해하고 강씨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였을 뿐, 강씨에 대한 뇌물공여의 의사로 후원금을 기부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강씨는 2012. 3. 23.경 피고인에게 국회의원 명단을 주면서 이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 위 후원금이 강씨 자신이 주는 정치자금임을 알려주라고 말했을 뿐, 위 후원금이 산업은행 또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차원에서 내는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은 점, 피고인은 회사 자금이 아니라 개인 자금으로 후원금을 기부하였고, 기부 주체도 산업은행이나 대우조선해양 명의가 아닌 대우조선해양 전무, 수석부장 명의로 하였으며, 기부 후 강씨의 지시에 따라 위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하여 위 후원금이 강만수 개인이 주는 장치자금이라고 알린 점, 강씨가 지정한 위 국회의원들은 강씨가 개인적으로 후원하고자 했던 정치인들로 보일 뿐인 점, 산업은행이나 대우조선해양은 이전에 회사 차원에서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기부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강씨의 후원금 기부 요구를 업무 지시로 이해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관계, 산업은행장 강씨의 지위와 권한, 피고인의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 과정, 피고인의 후원금 기부 시기와 경위 등을 두루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적어도 미필적인 뇌물공여의 의사로 위 국회의원들에게 합계 174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하였다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강씨의 후원금 기부 요구에 따라 자신의 개인 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면서 국회의원실에는 마치 강씨 개인이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였다"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