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이미 죽은 사람 상대 소송사기, 상속인 있어도 무죄"
[대법] "상속인에게도 판결 효력 안 미쳐"
이미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한 부동산 소송사기는 상속인이 있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망자에 대한 판결은 효력이 없어 상속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0월 31일 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 부부에 대한 상고심(2019도12140)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미 사망한 피해자 2명에 대한 사기 혐의는 무죄라며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씨 부부는 2011년 2월 24일경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천지법 민원실에서 사실은 김씨의 아버지가 최 모씨로부터 최씨 소유인 인천 부평구에 있는 공지시가 기준 32,262,000원 상당의 잡종지 16㎡ 외 2필지를 매수한 사실이 없음에도 최씨를 상대로 '매매대금이 완불하였음에도 아직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이 되지 않았으니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내면서 증빙서류로 임의 작성한 최씨 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진실로 믿고 피고 소재불명으로 인한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한 후 2011년 6월 김씨의 아버지에 대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해 판결이 한 달 뒤 확정됐다. 김씨 부부는 이를 비롯하여 2017년 6월까지 23회에 걸쳐 최씨 등 25명으로부터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시지가 기준 26억 3600여만원 상당의 토지에 대한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은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 부부에게 소송사기 유죄를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5년을, 김씨의 부인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공소사실 중 이미 사망한 피해자 A, B씨에 대한 사기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07년 4월 사망하였는데, 김씨 부부는 2011년 6월 김씨의 아버지를 원고로 하여 이미 사망한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김씨 부부는 또 2008년 7월 사망한 B씨를 상대로 2017년 6월 소송을 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소송사기에 있어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재물의 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어서 사기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사망한 자에 대한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김씨의 아버지를 원고로 하여 피해자 A씨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것과 피해자 B씨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것은, 이미 사망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함은 물론, 해당 공동상속인들에게도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며 "이 공소사실 중 피해자 A, B씨에 대한 각 사기의 점은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