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79세 할머니가 대학병원서 무릎 수술 받고 대학병원-요양병원 전원 반복하다 패혈성 쇼크로 사망…대학병원 · 요양병원, 60% 연대책임"
[중앙지법] "조기 진단과 치료, 경과관찰 소홀"
대학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고 설사가 계속된 79세 할머니가 요양병원과 대학병원 전원을 반복한 끝에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법원은 조기 진단과 치료,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현 판사는 11월 12일 인천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으나 설사 증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요양병원과 대학병원 전원을 반복하다가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A(여 · 사망 당시 79세)씨의 자녀 5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2017가단5222194)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5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1월 14일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 통증이 심해지자 인천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아 양측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12월 1일 오른쪽 무릎에 대한 인공슬관절치환술을, 일주일 뒤인 12월 8일 왼쪽 무릎에 대한 인공슬관절치환술을 받았으나, 2차 수술 후 3일째인 12월 11일 처음 설사 증상을 호소한 이후 다음날인 12월 12일 항생제를, 12월 13일 변비약을 각각 중단하고 지사제를 투여하였음에도 설사 증상이 계속되었다. 이후 대학병원 의료진은 농뇨소견으로 감염내과와 협진한 결과를 토대로 항생제를 유지할 필요 없이 퇴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혈액검사를 시행한 뒤 12월 16일 A씨를 한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그런데 A씨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이틀간 지사제 투여에도 계속된 설사와 고열 증상을 보이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없을 정도로 의식이 저하되자, 요양병원에선 12월 18일 다시 무릎 수술을 한 대학병원으로 A씨를 전원시켰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가 혈액검사상 패혈증 의심소견을 보이자 균 배양 검사와 함께 수액 요법 및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고, 다음날인 12월 19일 의식저하와 패혈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뇌CT 검사와 복부CT 검사를 한 뒤 기관삽관을 통한 인공호흡기 적용,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했으나, A씨는 12월 20일 패혈성 쇼크로 인한 호흡부전, 만성신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피고 병원(대학병원) 의료진의 균배양 검사 결과 A의 대변에서 장내 상재균으로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양성으로 확인되었고 추가로 검출된 균이 없었으며, 복부CT 검사 결과 대장염 의심 소견이 확인되었고,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설사 증상 중 약 20%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A에게 패혈증을 일으킨 원인균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의 감염으로 인한 설사 증상은 항생제를 중단하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는데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고, 항생제 중단에도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의 감염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반코마이신 등의 항생제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데, 항생제 투여를 중단한 2016. 12. 12. 이후에도 A가 설사 증상을 계속 보였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12. 16.까지 감염 원인을 밝히기 위한 소화기내과 등과의 협진이나 복부CT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원시킴으로써 감염진단과 그 치료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고 병원 의료진은 A를 피고 요양병원으로 전원시키기 전에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의 감염 여부를 조기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 감염진단과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피고 요양병원 의료진은 A가 위와 같이 잦은 설사와 고열 증상을 보임에도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원외에서 전화로 지사제, 항생제, 해열제 등의 투여만 지시하였고, 당시 근무 중이던 정형외과 전문의도 A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특히 2016. 12. 17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사진을 확인하지도 않았고, 요양병원 의료진은 2016. 12. 18. 19:45경 A가 계속된 설사와 고열 증상으로 지남력이 없을 정도로 의식이 저하되자 비로소 A를 다시 피고 병원으로 전원시켰는데, 그때는 이미 패혈증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 요양병원 의료진은 A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였고, 패혈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제때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요양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경합하여 A가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며 "대학병원은 대학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요양병원은 요양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A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다만 A씨의 수술 전후의 상태, A씨가 고령이고 기왕병력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았던 점,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각 의료진의 과실의 정도와 그로 인한 결과,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각 의료진이 경과관찰 과정에서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