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인터넷 오픈마켓도 '도서정가제' 지켜야"
[대법] "정가의 15% 초과 할인 제공한 이베이에 과태료 적법"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인터넷 오픈마켓도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월 10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위반 혐의로 9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이베이코리아가 낸 이의신청 사건의 재항고심(2019마5464)에서 이같이 판시, 과태료에 처하지 아니한다는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청우가 이베이코리아를 대리했다.
판매자와 구매자(또는 소비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판매수수료 등을 받는 이른바 '오픈마켓(Open Market)'의 운영자로서 온라인상의 시장공간인 g9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는, 2017년 3월 6일 g9사이트에서 '주간 핫딜 프로모션(제1이벤트)'과 '대학교재 & 수험서 무제한 혜택(제2이벤트)'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제1이벤트가 적용되는 도서의 판매자는 도서정가에서 10% 할인된 금액을 판매가로 정하였고, 제2이벤트가 적용되는 도서의 판매자는 할인 없이 도서정가를 판매가로 정했다. 구매자가 두 이벤트의 적용 대상 도서를 구입하면서 이베이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스마일페이(SmilePay)에 등록한 제휴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이베이는 구매자에게 15%(제1이벤트에 해당)와 10%(제2이벤트에 해당)의 '신용카드 할인쿠폰'을 발급하고, 할인판매가의 15%(제1, 2이벤트에 모두 해당)에 상당한 g9캐시(구매자가 g9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를 제공했다.
이에 강남구청이 이베이의 신용카드 할인쿠폰 발급과 g9캐시 제공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출판법)에서 금지하는 '도서정가의 15%를 초과하는 가격할인과 경제상 이익의 제공'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이베이에 대하여 이벤트 별로 각 300만원 합계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베이가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심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약식으로, 이벤트 별 부과금액을 각 150만원으로 정해 과태료 300만원에 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베이는 그러나 다시 이의를 신청, 1심 재판부는 심문절차를 거친 후, 출판법 22조 4항, 5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간행물 판매자)는 간행물에 대한 소유권자 등 타인에게 유상으로 간행물을 매매 · 양도 등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베이는 이와 같은 처분권한을 보유하지 않은 판매중개자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베이에게 출판법 22조 5항 위반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 이베이를 과태료에 처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했다. 검사가 즉시항고를 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동일하게 판단하면서 검사의 항고를 기각하자 검사가 재항고했다.
출판법 22조 4항은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5항은 "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의 쟁점은 오픈마켓 운영자인 이베이가 출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행물 판매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은 먼저 "도서정가제는 출판법 6장에서 규율하고 있는 간행물 유통질서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며 "만약 도서정가제의 수범자인 '간행물 판매자'를 좁은 의미의 '매도인'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경우 간행물 유통 관련자들이 법형식을 남용하여 도서정가제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오픈마켓 운영자는 사이버몰의 이용을 허락하거나 자신의 명의로 통신판매를 위한 광고수단을 제공하거나 그 광고수단에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여 통신판매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나 청약의 접수 등 통신판매의 일부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 간의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라며 "따라서 오픈마켓에서 간행물이 판매 · 유통되는 경우 오픈마켓 운영자는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이 정가의 85%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최종 판매가격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나, 오픈마켓에서는 운영자가 간행물의 매도인과는 별도로 대금 결제 단계에서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매수인(소비자)은 정가의 85% 미만의 대가를 지불하고 간행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하고, "오픈마켓 운영자가 도서정가제를 위반하여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출판법이 허용하고 있는 경쟁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서,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이유로 이를 허용할 경우 도서정가제가 형해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출판법 22조 4항, 5항에 따라 도서정가제 준수의무를 부담하는 간행물 판매자에는 소비자와 간행물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좁은 의미의 매도인뿐만 아니라, 출판법상 간행물의 유통에 관련된 사업자로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로 간주되며 판매자와 별도로 간행물의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을 얻는 '통신판매중개업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출판법 22조 4항, 5항의 '간행물 판매자'는 좁은 의미의 간행물의 처분권자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통신판매중개업자인 위반자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출판법상 도서정가제의 수범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