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사에게 로비해 선처받게 해주겠다'며 2000만원 받은 변호사 유죄

[대법] "정당한 변호활동 대가, 보수 아니야"

2006-11-25     김진원
담당 재판장과 절친한 사이로 재판장에게 로비해 선처받게 해 주겠다며 구속수감된 피의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현직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월23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600만원을 선고받은 배모 변호사에 대한 상고심(2005도3255)에서 배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배씨는 2003년 8월 중순 자신이 변호를 맡고 있는 다른 사람의 소개로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김모씨를 만났다. 김씨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으며, 이미 모 법률사무소에 수임료 7000만원을 주고 사건을 맡겨 변호를 받고 있었다.

배씨는 이 자리에서 김씨에게 "담당 재판장과 고교 선, 후배 사이로 절친하다. 재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억울한 부분을 풀어주고, 형량을 낮춰 주겠다"며 비용으로 2000만원을 요구, 그해 9월초 김씨의 부인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 변호사선임 약정서는 작성하지 않았으며, 법원에 선임 신고서를 내지도 않았다. 수사기록을 열람 · 검토한 사실도 없으며, 법정에서 김씨를 위해 변론한 사실도 없다. 그러나 배씨는 김씨가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70억원을 선고받자 김씨를 찾아가 "내가 세차례에 걸쳐 담당 재판장을 사무실로 찾아가 부탁하였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씨는 또 담당 재판장과 고교, 대학동기 동창 변호사인 김모 변호사에게 김씨의 접견을 부탁, 김 변호사가 김씨를 접견한 후 김 변호사에게 김씨를 공동으로 변호하자고 제의해 김 변호사가 담당 재판부에 김씨의 어려운 사정을 전달하기로 하고, 김 변호사에게 자신이 받은 2000만원중 1000만원을 주었다. 김 변호사는 다른 사건으로 담당 재판장을 2~3차례 찾아갔을 때 김씨의 선처를 부탁한 사실이 있다.

배씨는 또 김씨에게 "구치소내에 있는 높은 사람에게 부탁해 특별면회를 시켜주겠다"고 말해 세차례에 걸친 특별면회와 관련해 김씨의 부인으로부터 6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변호사법 110조1호의 '교제'라 함은 의뢰받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접대나 향응은 물론 사적인 연고관계나 친분관계를 이용하는 등 이른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의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방법으로 당해 공무원과 직접 · 간접으로 접촉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변호사가 받은 금품 등이 정당한 변호활동에 대한 대가나 보수가 아니라 교제 명목으로 받은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금품 등의 수수 경위와 액수, 변호사 선임계 제출 여부, 구체적인 활동내역 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2000만원은 정당한 변호활동의 대가나 보수가 아니라 당시 김씨의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에 대한 교제 명목으로 수수한 것이 명백하다"며,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법 110조1호는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이 '판사 · 검사 기타 재판 · 수사기관의 공무원에게 제공하거나 그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기타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경우 처벌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배씨가 김씨로부터 담당 재판장에 대한 교제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이상, 그 중 1000만원을 담당 재판장과 고교, 대학 동기동창 변호사인 김 변호사에게 공동으로 변호하자고 하여 그 비용 명목으로 지급한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취득한 재물의 소비방법에 불과하다"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배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2000만원 전부를 추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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