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지주회사 제도

지주회사 안 만들고 금융계열회사 보유해 금산분리 우회

2019-09-16     이은재

1. 지주회사의 정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는 다른 회사의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자산총액이 5천억원 이상인 회사"로 정의된다. 주된 사업으로 한다는 것은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해당 회사 자산총액의 100분의 50이상인 것을 말한다(공정거래법 제2조, 시행령 제2조).

◇최영익

한편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라고 불리는데, 금융지주회사법에서 주로 규율된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를 "일반지주회사"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지주회사 제도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지주회사의 기능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경영권 강화 및 지배구조 투명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사업부문이 자회사별로 분리되어 있으면 기업의 경영전략에 따라 자회사 매각, 인수 등이 비교적 수월해 기업구조조정이 용이하다. 사업부 형태 기업의 경우 신규사업 실패가 회사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지주 회사 체제 하에서는 해당 자회사만 처분하면 되기 때문에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도 평가된다. 그리고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분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피라미드 형태의 소유구조로 단순하고 명확한 자회사 경영이 가능해져 경영효율성이 증대된다.

그러나 체제 전환을 위한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도 있다. 기업집단 전체가 관여된 의사결정에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지주회사와의 조율을 거쳐야 하는 등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지는 단점도 있다.

3. 연혁

1999. 4. 1.자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지주회사 제도가 금지되었다. 이전 공정거래법은 "누구든지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할 수 없으며, 이미 설립된 회사는 국내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해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지주회사의 설립을 명시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기업경영에 대한 내・외부 감시장치가 미흡하여 지주회사를 허용할 경우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LG가 최초

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이다. 2003년 국내 재벌그룹 중에서 LG그룹이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다.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고 난 이후에도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서 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규제의 강화와 완화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4. 지주회사에 대한 주요 규제

(1)지주회사로의 강제 전환

공정거래법의 정의 조항에 따라 자산총액이 5천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에게 부과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할 의무가 발생한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2)부채비율 제한

지주회사는 자본총액(대차대조표상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될 당시에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하고 있는 때에는 2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3)의무 지분 소유비율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그 자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4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 단, 자회사가 상장회사인 경우, 공동출자법인인 경우 또는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인 경우에는 100분의 2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주식을 그 손자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4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 단, 손자회사가 상장회사인 경우, 공동출자법인인 경우에는 100분의 2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

(4)타계열회사 주식소유 제한

지주회사는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당해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다. 단,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회사의 주식가액의 합계액의 100분의 15 미만인 지주회사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5)계열회사 주식 소유 제한

지주회사는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가 아닌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계열회사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즉,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를 소유하여야 한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는 국내 계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5.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1)금융지주회사의 정의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금융기관") 또는 금융업의 영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i)1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할 것, (ii)자산총액이 5천억원 이상일 것, (iii)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을 것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한 회사로 정의된다. 주된 사업의 기준은 공정거래법에서의 일반지주회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해당 회사의 자산총액의 100분의 50 이상인 것을 말한다(금융지주회사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일반지주회사가 공정거래법상의 요건만 갖추면 강제 전환되는 것과 달리,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해 금융위원회의 인가요건을 갖춘 자에 한하여 설립 및 전환이 가능하다. 물론 금융지주회사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일반항목은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른다.

만일 자회사 주식의 가액이 증가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하게 된 자는 해당 사업연도에 새로 설립되었거나 합병 또는 분할 · 분할합병 · 물적분할을 한 회사의 경우에는 각각 설립등기일 · 합병등기일 또는 분할등 기일로부터, 그 외에는 직전 사업연도 결산일로부터 4개월 내에 그 사실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1년 이내에 인가를 받거나 금융지주회사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금융지주회사법 제5조의2).

'금융지주' 유사명칭 사용 금지

참고로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자는 상호나 명칭에 금융지주회사임을 표시하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는 유사명칭 사용 금지 규제가 있는 반면(금융지주회사법 제5조의3),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에는 그러한 규제가 없다. 그래서 실제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닌 회사도 "지주회사"라고 불리어지는 경우가 있다.

(2)금산분리 원칙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 외의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즉, 비금융자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반대로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또한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다(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제4호, 제5호, 제3항 제3호). 이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지배 관계를 분리하는 이른바 '금산분리'의 일환으로, 금산분리정책은 지주회사제도 외에도 은행법 등 개별 금융관련법에 의하여도 규율되고 있다.

(3)의무 지분 소유비율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해당 자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 자회사가 상장회사거나 공동출자법인인 경우에는 100분의 30 이상 소유하여야 한다(금융지주회사법 제43조의2).

(4)타회사 지배 제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당해 자회사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금융기관 또는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 외의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외국에서 설립된 금융기관 또는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 외의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의 증손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금융지주회사법 제19조).

(5)업무의 제한
일반지주회사는 주식 소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 · 관리하는 업무만을 영위하는 순수지주회사도 있지만 순수지주회사와 같은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도 하면서 상품의 제조 · 판매 등 자회사 관리 업무 외의 자체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도 있다. 이에 반하여,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의 경영관리업무와 그에 부수하는 업무(이에는 자회사 등에 대한 자금지원 업무, 전산 · 법무 · 회계 등 자회사 등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 등이 있다)를 제외하고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금융지주회사법 제15조).

6. 지주회사제도 개정 논의

SK그룹은 이미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러다가 2016년부터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함으로써 지배구조를 다시 개편하는 안을 논의해왔다. SK(주)의 자회사 SK텔레콤을 물적 분할해 중간지주회사(가칭 SK투모로우)와 사업회사(SK텔레콤)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중간지주회사란 지주회사로부터 지배를 받으면서 다른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를 말한다. 법상 정의된 개념은 아니나,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는 경우 이를 중간지주회사라 칭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중간지주회사는 10개로, (주)GS의 GS에너지, SK(주)의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인 중간지주회사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이 논의되는 이유는 SK하이닉스에 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지주회사 SK(주)의 손자회사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도록 되어 있다. 자연히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의 지위에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면 그와 같은 100% 지분 소유 요건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유동자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각종 M&A 거래에 자금을 대지 못했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서게 되어 100% 지분 소유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 지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가 SK(주)에 편입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SK(주)가 SK텔레콤으로부터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탓에,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중간지주회사 추진

다만 최근 기사에 의하면 SK그룹은 중간지주회사를 이용한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 소유비율이 상향되면서(예를 들어 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 소유비율이 현행 20%에서 30%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매입 소요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무 지분 소유비율 증대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이 중간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금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역시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다. 이에 상당수의 대규모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를 택하지 않고 금융계열회사를 보유하는 형태로 금산분리를 우회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은 금산분리의 완화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2009년부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왔다. 주요 내용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두도록 강제하는 안, 중간금융지주 소속회사의 계열사 간 출자를 금지하는 안 등이 다양하게 제안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 도입 시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를 각 중간지주회사를 통하여 모두 지배하는 구조가 가능해져 최대주주에 의한 지배구조의 고착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7. 다중대표소송과 지주회사제도

지주회사제도는 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 논의와 연관되기도 한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가 (손)자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손)자회사의 이사회 등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지주회사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가 개편됨에 따라 지주회사가 실제 사업을 하는 자회사 기타 종속회사의 경영권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종속회사 이사의 횡령 등에 관하여는 지주회사의 주주들에게 마땅한 책임 추궁의 방편이 없는 실정이다.

2018년 말 기준 지주회사 173여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지주회사는 173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주회사제도가 종속회사의 부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위험을 방지하고 본래의 취지에 따라 투명한 지배구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 등을 통한 다중대표소송제의 적절한 도입 또한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