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교비에서 변호사비 550만원 지급한 동국대 한태식 전 총장 무죄
[대법] "담당자 업무착오 가능성 …지시 · 승인 자료 없어"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월 16일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교비에서 변호사비용 550만원을 지급한 혐의(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동국대 한태식(보광 스님) 전 총장에 대한 상고심(2018도17568)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지후가 1심부터 상고심까지 한 전 총장을 변호했다.
한 전 총장은 동국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3월 17일 오후 9시 30분쯤 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여 '총장 선출과정에 비위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A군 등 동국대 학생 4명을 형사고소하기로 결의한 후, 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인 B씨로 하여금 한 달 뒤인 4월 18일경 A군 등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의 고소대리 착수금 명목으로, 교비에서 J법무법인에 550만원을 지급하게 하여, 업무상 보관 중이던 교비를 횡령함과 동시에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로 전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립학교법 29조 1항은 "학교법인의 회계는 그가 설치 · 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비회계의 세출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13조 2항은 "교비회계의 세출은 다음 각호의 경비로 한다"고 하면서,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물건비(1호),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 · 설비를 위한 경비(2호),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5호) 등을 들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29조 6항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장이 교비에서 지급하게 한) 변호사 수임비용은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피고인 개인 혹은 학교법인이 부담하여야 할 변호사 수임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행위는 그 자체로서 업무상 횡령죄와 사립학교법 위반죄를 구성한다"며 한 전 총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명예훼손 사건의 착수금 명목으로 지급된) 변호사비용이 피해자 학교법인의 '법인회계'가 아닌 동국대의 '교비회계'에서 지출된 데에는 학교 회계비용의 지출 처리에 관한 담당자인 B씨의 업무상 착오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나아가 B씨가 변호사비용을 동국대의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이 사전에 이를 지시하였거나 사후에 이를 승인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B씨 등과 공모하여 사립학교인 동국대의 교비회계에서 변호사비용을 지출함으로써 업무상 횡령을 함과 아울러 사립학교법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한 전 총장은 수사기관 이래로 항소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변호사비용을 동국대의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라고 지시하거나 사후에 이를 결재한 사실은 없고, 변호사비용이 '교비회계'에서 지출된 사실도 2016년 8월 말경 외부인의 고발이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한 전 총장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3000만원 이하의 사업의 경우 담당 부서장이 전결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동국대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르면, 변호사비용 550만원은 담당 부서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사업에 해당하는데, B씨는 학교의 고문변호사로부터 "변호사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자문을 받고 담당부서장은 아니지만 팀장으로서 전결로 처리했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변호사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것'과 관련하여 "변호사님이 고소장을 '학교법인'의 명의로 하고, 소송비용을 '법인회계'로 지출하여야 하는 사안이라고 한마디만 해주었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