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탈영 처벌 받은 적 있는 백마고지 전투 유공자, 국립묘지 안장 거부 적법"

[서울행법] "국립묘지 영예성 훼손"

2019-05-02     김덕성

6 · 25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라도 탈영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면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3월 28일 국가유공자인 A씨의 자녀가 "국립묘지 안장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6072)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의 병적확인 결과에 따르면, A씨는 1951년 육군에 입대해 이듬해인 1952년 9월 10일경 백마고지 전투에서 파편상을 입었다. A씨는 그해 10월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1953년 4월 11일부터 5월 1일까지 20일간 병가를 얻어 자택에 거주했으나 이후 복귀하지 않았다. 이 일로 1954년 헌병에 체포되었고, 고등군법회의에서 '이등병으로 강등, 급료 2/3 몰수, 징역 3월'의 형을 선고받았고, 다만 징역형에 한하여 집행이 정지됐다. 한편 A씨는 1954년 무성화랑 무공훈장을 받았다.

1982년 사망한 A씨는 2017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었고, A씨의 자녀가 서울북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을 신청하여 국가유공자(무공수훈자) 유족으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A씨의 자녀와 부인이 A씨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하게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국립묘지안장대상 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가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된다는 내용으로 심의 · 의결하고, 이에 국립서울현충원이 국립묘지 안장거부처분을 내리자 A씨의 자녀가 소송을 냈다.

A씨의 자녀는 "아버지가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한 군인으로 전장에서 여러 발의 흉탄을 맞고 적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했다"며 "그 후 장기간 치료 중에 병가를 얻어 주거지에 갔다가 복귀가 늦어진 것일 뿐이고, 무공훈장과 국가유공자 증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1두8871)을 인용,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5조 4항 5호는 심의위원회에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의 부적격 사유인 국립묘지의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심의대상자의 범위나 심의 기준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는 국립묘지법이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 · 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때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하여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안장 대상자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범죄행위 등 다른 사유가 있어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안장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하고 영예성을 보존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에 다양한 사유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심의 결과는 존중함이 옳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A씨는 군 복무기간 중 병가가 끝난 후인 1953. 5. 2.부터 헌병에게 체포당한 1954.까지 복무에서 무단이탈하였는데, A씨는 이 탈영으로 징역 3월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정지되었으나 이는 A씨가 입은 상해의 정도를 감안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무공훈장을 수여받고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는 것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참작할 하나의 사유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보면,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피고의 국립묘지 안장거부처분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립묘지 안장거부처분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