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지재산책]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
대법, "치료효과 · 용도 동일하면 염 변경 후발 의약품에도 미쳐"
대법원은 1월 17일 염 변경 의약품이 신약허가에 기초하여 존속기간이 연장된 신규 화합물 발명에 관한 특허권(이하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에 속한다고 판결하였다(2017다245798).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 판단기준 및 그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인데, 본 사안의 배경과 쟁점,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관련 규정 및 쟁점
의약품 관련 발명의 경우 특허를 부여받더라도 이를 제품으로 생산 · 판매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 유효성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에 허가에 소요된 일정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연장해 주는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제도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987년에 최초로 도입되었다(특허법 제89조).
연장특허권의 효력에 대하여는, 특허법 제95조가 "그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허가의 대상물건(그 허가에 있어 물건에 대하여 특정의 용도가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는 그 용도에 사용되는 물건)에 관한 그 특허발명의 실시행위"에만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본 사안에서는, 특허법 제95조에 의할 때 신규 화합물 발명에 관한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염 변경 후발 의약품에 미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제네릭사 상대 소 제기
본 사안에서 아스텔라스제약은 "과민성 방광증상 등에 치료효과를 가지는 특정 기본골격을 갖는 화합물"을 특징으로 하는 물질특허의 특허권자이다. 한편 아스텔라스제약과 위 특허권의 통상실시권자인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하 "원고들")은 특허에 포함되는 수많은 화합물들 중 "솔리페나신"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의약품(베시케어정, 염은 "숙신산염"을 적용하였다)에 대하여 허가를 받았고, 이에 기초하여 특허권의 존속기간 연장등록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연장특허권").
제네릭사는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존속기간 중에, 치료 활성을 나타내는 유효성분은 "솔리페나신"으로 동일하고, 다만 염을 "숙신산염"에서 "푸마르산염"으로 바꾼 의약품(이하 "피고 의약품")에 대하여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을 하는 한편 원고들에게 피고 의약품은 베시케어정과 염이 다르므로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제네릭사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지방법원 및 특허법원의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과 특허법원은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피고 의약품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특허법 제95조의 "연장등록의 이유가 된 허가의 대상물건"은 원고들이 활성 · 안전성 등의 시험을 실시하고 품목허가를 받은 "솔리페나신 숙신산염"(베시케어정)이므로, 이와 염이 다른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피고 의약품)에 관한 실시행위에는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에서는 연장특허권의 효력은 「존속기간연장의 이유가 된 품목 허가사항에 의하여 특정된 의약품 및 이와 하나의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된 의약품 또는 별도로 품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의약품」에 미치는데, 피고 의약품은 베시케어정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의약품이 아니므로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효력 범위를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하급심들과는 달리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피고 의약품에 미친다고 판단하였다.
하급심과 달리 연장특허권 효력 인정
먼저, 대법원은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 판단기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선언하였다(원문의 표현 일부를 이 글의 표현에 맞추어 바꾸었다).
"법령의 규정과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연장특허권 효력범위는 특허발명을 실시하기 위하여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특정한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허권자가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과 후발 의약품이 약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염 등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1)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이를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2)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후발 의약품에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본 사안에 위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피고 제품은 베시케어정과 염에서 차이가 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1)통상의 기술자가 그 변경된 염을 쉽게 선택할 수 있고, (2)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에 의한 치료효과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피고 의약품은 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①피고 제품은 「베시케어정과 화학적으로 기본골격이 동일하고 효능, 효과, 용법, 용량, 부작용, 약리작용 등이 거의 동등하다고 추정되며 경구투여제로서 소화기관 내에서 반드시 분해되어 베시케어정과 동일한 성분으로 되어 흡수되는 것이 명확한 것으로서, 그 염류 등이 의약품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품목허가 신청시 '베시케어정'에 대한 다수의 안전성 · 유효성 자료를 원용함으로써 그 자료들의 제출을 면제받았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자료를 제출하여 품목허가를 받았고, ②일반적으로 약물의 염은 약물의 용해도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유리염기 형태의 화합물과 결합시키는 것으로서, 이들 제품은 체내에 투여된 후 솔리페나신만 흡수되어 약리효과를 발휘하게 되므로, 푸마르산염과 숙신산염의 성질(융점, 물에서의 용해도 등)이나 투여용량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는 인체에 흡수되는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가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①이 사건 연장특허권의 특허 명세서에는 숙신산, 푸마르산 등을 솔리페나신과 염을 형성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유기산으로 기재하고 있고, ②푸마르산은 숙신산염과 함께 흔히 사용되는 약학적 염인 Class 1으로 분류되며, ③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의 체내 투여 및 흡수과정은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의 경우와 동일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숙신산염을 푸마르산염으로 변경하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영향
현재 특허법원 및 특허심판원 등에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에 관한 다수의 소송 · 심판이 진행 중인데, 본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어렵지 않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본 대법원 판결의 판단기준과 그 적용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염 변경 의약품의 경우 신약허가에 기초한 연장특허권의 효력범위에 속한다고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대법원 판결이 판시하였듯이, 일반적으로 염은 약물의 용해도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유리염기 형태의 화합물(유효성분)과 결합시키도록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인체에 흡수되는 약물(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나 용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제도 운용과 보조 맞춘 판결
존속기간연장제도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도입한 것인 이상 그 제도 운용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허법에 명확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에 의해 전 세계와 동떨어진 외딴 섬의 길로 가는 것은 특허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상과 현재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규 화합물에 관한 연장특허권의 효력이 염 변경 의약품에 미친다고 선언하여 전 세계의 제도 운용과 보조를 맞춘 본 대법원 판결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아울러 본 대법원 판결은, 이제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기술 발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염 변경 또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약 개발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이 된다. 아무쪼록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한층 더 연구개발에 매진하여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유영선 변호사 · 이상남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oungsun.you@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