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가상화폐 차익' 노리고 1710억 해외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유죄

[중앙지법] "신고 없이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송금"

2018-12-20     김덕성

서울중앙지법 성보기 판사는 11월 22일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에서 더 싼 점에 착안, 시세차익을 남길 목적으로 신고하지 않고 가상화폐 매수대금 1710억여원을 외국에 불법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 대표 김 모씨에게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A사에도 같은 금액의 벌금이 선고됐다(2018고정1934). 

김씨는 2015년 11월과 2016년 10월 싱가포르와 홍콩에 각각 서류상으로 존재할 뿐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속칭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그즈음 이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OCBC(Overseas Chinese Banking Corporation), UOB(United Overseas Bank), MAYBANK, BOS(Bank of Shanghai) 은행 등에 미국 달러 계좌와 싱가포르 달러 계좌를 개설했다. 김씨는 이어 2015년 12월 1일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A사 명의의 국내 은행 계좌에서 OCBC 은행 싱가포르 달러 계좌에 상기포르 달러 3000불을 송금하는 방법으로 예금한 것을 비롯해 2017년 12월까지 359차례에 걸쳐 미화 151,332,285.92불과 싱가포르 달러 76,388.2불(합계 한화 1710억여원)을 예금함으로써,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의 장 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고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외화 예금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외국환거래법상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외화 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하거나 외화 예금이 5만불을 초과하는 경우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해야 한다. 

김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더 싸다는 점을 이용해 싱가포르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그곳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자금을 송금한 다음 전자지갑을 통해 가상화폐를 국내로 들여와 되파는 방법으로 차익을 남기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 판사는 "미신고 예금거래가 장기간 이루어졌고, 거래액도 크다"고 지적하고, 다만 "김씨의 미신고 자본거래는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하고 대금을 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전에는 피고인 회사 명의로 외국환은행을 통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금을 직접 송금했으나, 2015. 12.경부터 외국환은행이 거래소에 송금하기 위해 정식의 매매계약서를 요구하는 데 반하여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는 매매계약서 교부를 해 주지 않아 대금 결제를 위한 방편으로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이 유령회사 명의의 외국은행 계좌에 송금을 하게 되었을 뿐, 피고인이 송금을 의뢰한 외국환은행에 실질적인 예금 주체가 거주자인 피고인 회사임을 숨기지 않았고, 탈세나 해외재산 도피 등 다른 불법적인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형식적으로는 비거주자인 해외 유령회사와 비거주자인 해외은행 사이의 예금거래이므로, 예금거래의 실질적인 주체를 포착하여 자본거래에 관한 신고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법률 비전문가인 피고인에게 용이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이 범행과 관련해 피고인 회사에 거액의 과태료가 부과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