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이사회 회의록의 '서명거부사유 기재' 임의 삭제하면 사문서변조"

[대법] "새로운 증명력 작출"

2018-10-03     김덕성

학교법인 이사장이 이사회 회의록에 적힌 이사의 서명거부사유와 그에 대한 서명을 임의로 삭제한 것은 사문서변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9월 13일 사문서변조 ·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김순옥(여 · 78) 전 학교법인 성신학원 이사장에 대한 상고심(2016도20954)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씨는 성신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 24일경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성신학원 이사장 사무실에서 수정테이프를 이용하여 성신학원 2014년도 1차 이사회 회의록 중 1쪽의 이사들 서명란 아래 부분에 A이사가 "이사장의 이사회 내용 사전 유출로 인한 책임을 물어 회의록 서명을 거부합니다. A○○"이라고 기재한 부분과 그 옆에 있던 A씨의 서명 부분을 지운 혐의(사문서변조)로 기소됐다. 김씨는 다음날인 25일경 컴퓨터와 스캐너를 이용하여 이와 같이 변조한 이사회 회의록을 PDF 파일로 이미지화한 다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문서인 것처럼 성신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한 혐의(변조사문서행사)로도 기소됐다.

김씨는 이에 앞서 한 달 전인 3월 26일 이사회를 개최한 후 회의록을 작성하여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과 감사로부터 회의록 각 페이지 하단의 간서명과 마지막 페이지에 기재된 기명 옆에 서명을 받았다. 김씨는, A씨가 '김씨가 사전에 회의의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이유로 서명을 거부하자 A씨에게 회의록에 거부사유를 기재하도록 하였고, A씨는 회의록 첫 페이지의 간서명란 바로 밑에 서명거부사유와 그에 대한 서명을 기재했다.

대법원은 "이사회 회의록에 관한 이사의 서명권한에는 서명거부사유를 기재하고 그에 대해 서명할 권한이 포함되고, 이사가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함에 있어 이사장이나 다른 이사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이상 서명거부사유를 기재하고 그에 대한 서명을 함에 있어서도 이사장 등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사가 이사회 회의록에 서명 대신 서명거부사유를 기재하고 그에 대한 서명을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은 이사회 회의록의 일부가 되고, 이사회 회의록의 작성권한자인 이사장이라 하더라도 임의로 이를 삭제한 경우에는 이사회 회의록 내용에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가져오게 되므로 사문서변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A씨가 회의록에 대한 서명권한의 범위 내에서 회의록에 서명거부사유를 기재하고 그에 대한 서명을 한 이상 이 문구는 회의록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는 서명거부의 의미로 서명을 하지 않은 것과 내용면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임의로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회의록의 새로운 증명력을 작출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문서변조죄와 변조사문서행사죄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