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살인피의자 자살…경찰관 정직 1개월 부당"
[울산지법] "재량권 일탈 · 남용"
2017년 7월 20일 오전 10시 3분쯤 울산 중부경찰서 통합유치장의 밀폐형 화장실에서 유치인 B씨가 입고 있던 바지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B씨는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3일 뒤 사망했다. B씨가 발견될 당시 유치장 내 고정감시 근무자 중 한 명이었던 A(여)경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규 부장판사)는 6월 28일 이 사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A경사가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청구소송(2018구합5325)에서 "징계가 과중하다"며 "1개월의 정직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기존 유치장의 개방형 화장실들이 밀폐형 화장실로 개조되어 왔는데, 이러한 조치는 유치인의 인권 보호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유치인 관리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고, (B씨의 자살 사고가 발생한) 유치장의 화장실 역시 밀폐형으로서 유치장 근무자가 화장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와 같은 공간에서 유치인 개인의 선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자해나 자살은 당연히 그러하다"고 전제하고, "비록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고는 하나 유치인이 화장실에 들어가 쪼그려 앉아 있거나 출입구에 앉아 있으면 감지가 되지 않고, 설혹 유치인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CCTV상 화장실 창문 부분이 클로즈업된다고 하더라도 창문을 통해 드러난 모습만으로 내부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며, 사고에 대하여 당시 유치장 근무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구조적인 한계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4조 1항 및 [별표 1] 1항 사.목에 따르면, 유치인 관리업무와 관련하여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강등' 또는 '정직' 처분을, 의무위반행위의 정도나 과실이 위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감봉' 또는 '견책'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고 여기서 '중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의무위반행위란 B씨가 09:11경 3번방 화장실에 들어간 후부터는 고정감시 근무자로서 CCTV 모니터링 등을 통하여 B씨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였고,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에 의하여 마지막으로 경고음이 울린 09:28경부터 B씨가 발견된 10:03경까지 B씨의 상태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우선 원고에게 이와 같은 의무위반 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치인은 최초 입감 시 신체검사를 통하여 자해나 자살에 이용될 만한 물건 등은 수거되는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 유치인이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를 이용하여 자살을 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점, B씨는 유치장 근무팀 교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09:11경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그 무렵 검찰 인계를 위하여 유치인 3명을 출감시키는 등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원고가 고정감시 근무자이긴 하나 평소 유치장 수용인원과 근무자의 수, 업무처리방식 등으로 인하여 근무자들은 지정된 업무(고정감시, 순찰,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업무를 서로 도와가며 처리해 왔으며 , 특히 여성경찰관이던 원고는 여성유치인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사고 발생 무렵 대부분의 시간을 감시데스크에 착석한 상태로 있었고, 비록 9회에 걸쳐 약 17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나머지 시간에는 출감서류의 준비나 근무일지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원고가 의무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1개월의 정직처분 전까지 약 15년 동안 아무런 징계전력이 없었고, 경찰청장 표창을 포함하여 13회의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으로 근무하여 온 원고에 대한 1개월의 정직처분은 원고의 비위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여 그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사건과 유사한 유치인 관리소홀 행위에 대하여 '감봉'이나 그 이하의 징계를 받은 경우도 상당수 있다.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B씨는 자살 사고 발생 사흘 전인 7월 17일 최초 입감 당시 입감지휘서에 우울증, 불면증 등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며, 울산 중부경찰서 통합유치장은 타원형 구조의 신식 유치장으로서 유치장 근무자의 감시데스크와 유치실 문까지 거리는 2m정도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