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매출액 비례 수당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

[북부지법] "스텝, 월급제 통산해 퇴직금 주라"

2018-07-31     김덕성

매출액에 비례하여 수당을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기 전 스텝과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한 기간까지 포함하여 근로기간 전체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유재광 판사는 5월 30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던 이 모씨가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미용실 주인 문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41354)에서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이씨에게 퇴직금 2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문씨의 미용실에서 2006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는 '스텝'으로, 2010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는 정액의 수당을 받는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2011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는 매출액에 비례하여 계산한 수당을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스텝은 헤어디자이너의 보조로 헤어디자이너가 시킨 일을 하고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거나 매장을 청소하는 등의 일을 하고,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는 헤어디자이너를 지명하지 않은 고객을 배정받아 헤어시술을 하며,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는 지명고객과 신규로 배정받은 고객의 헤어시술을 한다.

문씨는 이씨가 스텝으로 근무한 기간만 근로자로 근무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한 2010년 1월부터는 자신의 어떠한 지시도 받음이 없이 이씨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각종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므로 자신에게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2015년 9월 퇴직할 때까지 9년간 피고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며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며 전 기간에 대한 퇴직금 27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이씨는 스텝으로 근무하는 동안 별다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헤어디자이너인 2010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는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기간 중 받은 급여는 월 120만 6000원.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기간에는 기본급은 없고, 업무위탁계약서의 매출정산기준표에 따라 계산한 수당을 받았다.

유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9다99396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이어 "피고는 요금과 할인 여부 등을 결정하고, 원고를 비롯한 헤어디자이너들에게 근무장소, 근무시간, 근무태도, 휴가 등 제반 근로조건과 헤어시술 외의 고객정보관리, 헤어시술결과보고, 교육, 홍보 등 많은 부분의 업무처리방식을 지시하며, 고객배정순번 제외, 벌금 부과 등으로 통제, 관리하는 방식으로 헤어디자이너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이 이루어진 점, 피고는 헤어디자이너가 업무 특성상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물건 외에 스타일링 제품과 제반 시설, 비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점, 헤어디자이너의 제3자의 업무대행이나 다른 사업자의 업무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원고가 배분제 헤어디자이너일 때 매월 지급받는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매출액에 의하여 정산한 금액이기는 하나 이러한 성과급의 형태의 금원은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피고는 1년 이상 계속 근로하다 퇴직한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시했다.

유 판사는 이씨의 퇴직일 이전 3개월의 임금 9,534,955원을 기초로 일 평균임금을 정하고, 이씨가 스텝과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한 기간을 모두 포함하여 계속근로연수를 총 3271일로 보아 퇴직금 액수를 27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유 판사는 이씨가 스텝으로 일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은 교육비용 등으로 정산처리되었거나 3년의 소멸시효의 경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가 스텝으로 일한) 2006년 10월부터 2009년 12월까지의 퇴직금을 교육비용 등으로 정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의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는 원고의 퇴직일인 2015년 9월 30일부터 진행하며, 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2016년 12월 1일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의 퇴직일은 스텝기간이 끝난 2009년 12월 31일이 아니라 2015년 9월 30일이라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