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수면내시경 검사 마치고 회복실에 있다가 낙상사고…병원 책임 50%"

[대구고법] "회복 여부 주시 등 주의의무 위반"

2018-06-04     김덕성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회복실에 있던 70대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를 당했다. 법원은 병원 측에 5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이흥구 부장판사)는 5월 30일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낙상고를 당한 A(여 · 사고 당시 72세)씨가 남편, 네 자녀와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5995)에서 병원 측의 책임을 50% 인정, "원고들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12월 19일 이 대학병원에서 상부 소화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회복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낙상사고를 당하자 소송을 냈다.

사고 당일인 12월 19일 오전 9시 58분쯤 A씨는 미다졸람 4㎖를 주사받은 후 오전 10시 1분쯤부터 10분쯤까지 약 9분간 내시경 검사를 받고, 5분 후인 오전 10시 15분쯤 침대에 누운 채 회복실로 이동했다. 회복실에선 A의 다리가 회복실 벽을 향하고 머리가 회복실 통로를 향하도록 침대가 배치되었으며, 침대 옆 부분의 난간은 올리고, 침대바퀴를 고정했다. 그러나 10시 20분쯤 의식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A씨가 머리가 위치한 침대 앞쪽 방향으로 베개와 함께 침대에서 떨어졌다.

낙상사고 직후 병원의 의료진은 A를 응급실로 이송하여 경추CT 검사를 시행한 결과 7번 경추골절 등의 경추손상이 의심되자 오전 11시 50분쯤 대구에 있는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A를 옮겼고, 옮긴 대학병원에서 척추고정술 등을 받은 A씨는 지금까지 척수 손상에 따른 양쪽 다리의 마비와 배뇨배변 장애 등으로 피고 병원 등에서 재활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수면내시경 검사 시행 전 A에게 '검사 후 의식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안정을 취해야 하며 침대에서 혼자 내려오지 말고 의료진을 호출하라'는 등으로 낙상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수면내시경 검사 시행 후 낙상예방간호 실무지침서에 따라 침대 난간을 올리고 침대바퀴를 고정시키며, 회복실에 '침대에서 혼자 내려오지 마시고 의료진을 호출하세요'라는 낙상주의 안내문을 여러 곳에 부착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이와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친 A가 진정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의식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위 원고의 옆에서 의식회복 여부를 계속 주시하고, A의 생체징후와 의식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한 후 몸을 움직이도록 지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낙상사고의 발생시점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위하여 A에게 미다졸람을 투여한 때로부터는 불과 22분 정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친 때로부터는 불과 10분 정도만이 경과한 시간이어서, 당시 A는 미다졸람의 약효(진정효과)로 인하여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이는 점, 피고 스스로도 이와 같은 상태에서도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착각하고 혼자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려는 환자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진료기록감정서에는 일반 병실과 달리 수술이나 시술 후 의식이 명료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환자들에 대한 집중 관찰이 필요한 회복실에서는 내시경 처치나 환자 이송과 관계없이 회복실에 상주하며 환자들의 상태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따로 있었는지가 낙상사고 예방에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사건 당시 내시경실, 회복실, 세척실을 오가며 회복실 내의 환자들을 관찰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낙상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낙상사고로 인하여 A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가 제1심에서는 회복실 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의식을 회복한 후 귀가하려는 다른 환자를 안내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다가, 항소심 법원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회복실 내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회복실로 입실하는 다른 환자를 관찰 · 응대하고 있던 7 내지 10초의 짧은 순간에 원고 A가 갑작스레 혼자 임의로 움직이다가 낙상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이처럼 피고가 피고의 지배영역인 회복실에서 일어난 낙상사고의 원인과 경위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 병원 의료진이 A에게 낙상예방간호 실무지침서에 따른 낙상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낙상예방활동을 나름대로 성실히 수행하였고,  A는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아니하였으나 의사전달은 가능한 상태에서 의료진을 호출하여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침대의 위쪽(머리 방향)으로 환자가 낙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예측하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이고, A가 낙상사고 당시 만 72세의 고령으로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