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코르크 따다가 와인병 깨져 넙적다리 부상…와인 판매업체 책임 없어"
[중앙지법] "와인에 결함 인정 어려워"
양 허벅지 사이에 와인병을 끼고 코르크를 따다가 와인병이 깨져 부상을 입은 경우 와인 수입 · 판매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김태훈 판사는 4월 18일 와인병의 코르크를 따다가 병이 깨져 넙적다리를 다친 김 모씨가 와인 수입 · 판매업체인 S사, S사와 생산물배상책임보험계약을 맺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단5305603)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릉에 있는 펜션에 여행을 간 김씨는 2016년 7월 9일 오후 10시쯤 펜션에 비치되어 있던 와인오프너로 S사가 수입 · 판매한 와인병의 밀봉 코르크를 빼어내던 중 와인병이 깨져 오른쪽 대퇴부에 부상을 입자 "와인의 하자로 와인병이 폭발했다"며 S사 등을 상대로 5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씨는 탄산가스가 함유된 이 와인을 10여일 전 코스트코에서 구매했으며, 사고 당시 오프너의 스크루 부분 전부가 코르크 속으로 깊게 들어간 상황에서 손잡이 부분을 눌러도 코르크가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자,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와인병을 의자 위에 올려서 양 허벅지 사이에 넣은 채 코르크를 빼내려다가 와인병이 깨져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①유리 용기는 상대적으로 다른 재질 용기보다 충격과 압력에 취약하고 특정 부분에 압력이 집중될 경우 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통상 누구나 알 수 있는 특성이라 할 것인 점, ②와인병에 부착된 라벨에 '취급은 신중히 하고 심한 온도변화, 충격에 주의'라고 표시되어 있기도 한 점, ③와인의 경우 대부분 수입 과정을 거치고 장기간 보관되는 특성이 있는데다가 밀봉시기 · 보관 상태 및 기간 · 날씨 등으로 인하여도 코르크 상태의 편차가 크고 코르크의 상태가 좋지 아니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거나 예외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점, ④와인의 코르크 상태가 좋지 아니하여 통상적인 개봉 방법을 통하여도 빼낼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개봉 시도 과정에서 코르크가 제대로 빠져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힘을 가하여 개봉을 시도하는 것은 유리 용기의 특정 부위에 계속된 부하를 가하여 파손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것이어서 이러한 상태에서는 안전상 제조 · 판매업체 등에 대하여 교환이나 개봉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오프너의 스크루 부분이 코르크에 거의 들어간 상태로 코르크가 빠져 나오지 않고 있어서 병목 깊숙이 들어가 있는 스쿠루 부분으로 인하여 병목 하단에 직접 힘이 전달되게 된 상황에서 더구나 한 축 방식의 오프너를 이용하여 와인병을 의자 위에 놓은 채 양 허벅지 사이에 둔 채 자신의 상체 체중을 실리도록 하여 코르크를 빼내려고 하였던 것이 이 와인을 와인 제품으로서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는 없고, 원고의 이와 같은 행위를 정상적 사용 상태로 볼 수 없는 이상 그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를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고는 와인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발생하였다거나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이 와인에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이 와인에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