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밖 비행 사고에 학교측 책임 없어"

[중앙지법] 집단 성폭행 중학생 부모들에게만 손배 인정

2004-06-15     최기철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더라도 이 사고가 방과후 학교밖에서 일어난 이상 학교측은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학생들의 비행 등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하리라고 예측되거나 또는 그 예측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학교측에 책임이 있고, 돌발사고나 예측가능성이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결로 학교 책임의 한계를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재판장 조희대 부장판사)는 6월4일 학교 밖에서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김모(14)양의 가족들이 가해 학생의 부모들과 학교법인 O 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3가합54389)에서 학교 법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가해학생의 부모들만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 교장이나 교사의 학생에 대한 보호 · 감독 의무는 학교내에서의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관계에만 미치며 또 의무범위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하리라고 예측되거나 또는 그 예측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며 "돌발적인 사고나 예측가능성이 없는 사고의 경우에는 교장이나 교사의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사고는 일과 시간이 끝난 후 학교밖에서 일어나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 및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관계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가해자의 분별 능력,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사고 발생의 때와 장소 등에 비춰 이 사건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하리라고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가해 소년들이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능력은 있었지만 부모들로서는 미성년자인 가해 소년들에게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특히 어떤 경우에도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집단 윤간등의 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계속해야 할 보호 · 감독의무가 있다"며 "피고 부모들의 과실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김양은 중학 2학년이던 2003년 4월 같은 학교 동급 남학생의 집에서 남자 동급생 10명과 '옷벗기'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다 집단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하자 인근 중학교로 전학한 후 가족들과 함께 가해 학생들의 부모와 학교측을 상대로 2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가해학생들은 이 사건후 성폭력범죄의 처벌및 피해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특수강간등) 죄로 보호처분을 받았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