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2만3천명 억울하게 고소당해
대검 공청회서 참석자들 고소 남발 폐해 잇따라 지적 고소동기도 경제적 손실보상이 으뜸…대책마련 시급
2006-04-28 김진원
특히 대표적인 재산 관련 범죄인 사기, 횡령, 배임 사건에선 전체 접수인원 41만5천여명의 87.8%인 36만5천여명이 피고소로 인한 피의자로 나타났다.
4월21일 대검찰청 주최로 열린 '민사적 형사분쟁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대검 미래기획단의 송길룡 검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산범죄에 있어서의 고소는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구하는 고소 본래의 역할을 넘어섰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 검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검찰의 전체사건 기소율은 47.0%이나, 고소 사건 기소율은 16.2%에 불과해 전체 피고소인원 62만4천여명의 약 84%인 52만3천여명이 기소되지도 않을 사안으로 억울하게 검찰 소환 등 정신적 · 물질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고소인이 고소를 제기하는 '고소 동기'도 ▲경제적 손실보상 ▲형사처벌 ▲민사소송 이용 목적의 순으로 나타나 경제적인 동기가 형사처벌 목적을 우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사소송 이용 목적이란 민사사건에서 승소하기 위해 증거수집의 방편으로 고소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또 '고소 내용'에 대해선 고소인의 70.1%, 피고소인의 60.2%가 재산상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라고 답변, 민사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 형사 고소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고소로 인한 문제점=무엇보다도 피고소인의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송 검사는 "현행법규와 수사실무는 고소 즉시 피고소인이 피의자로 입건되도록 하고 있다"며, "고소인의 지위가 피고소인 보다 훨씬 우월한 지위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소인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 등에 대해 항고, 헌법소원, 재정신청 등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다"며 ,"이에따라 피고소인은 적어도 수개월 또는 수년간 송사에서 해어나지 못하게 됨으로써 과다한 소송비용의 지출, 정신적 타격, 사회적인 명예 추락 등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채권추심기관 또는 조정기관화=대부분의 재산범죄 고소의 경우 고소인들은 채무불이행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고소하고 있다는 게 송 검사의 분석. 그에 따르면 상당수의 고소장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처벌을 원한다"는 조건부 처벌의사를 밝히고 있고, 고소사건 수사 도중 합의만 이루어지면 고소를 취소하고 처벌을 바라지 않으며, 일부 당사자는 고소 취소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사기관도 변제자력 또는 변제의사 여부 등 혐의의 확정에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 당사자간 합의가 사건처리에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합의에 보다 더 관심을 보임으로써 수사기관이 사인의 채권추심기관이나 이해 조정기관화되는 결과가 되고 있다. "이는 결국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고 송 검사는 지적했다.
이외에 고소사건 과다에 따른 만성적인 업무량 과중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이 왜곡 배분되고, 사법비용 증대 등 고소 남발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남고소의 해결방안으로 송 검사는 ▲고소의 적법요건 명시 등 고소요건 법정주의 ▲올 4월부터 대전지검, 부천지청에서 시범시행중인 조정제도 도입 ▲극히 사적인 분쟁에 대한 수사절차 중지 ▲허위 고소를 한 고소인에 대한 절차이용비용 부담 ▲부검사제 등 이원적 사건처리절차 도입 ▲고소와 동시에 피의자로 입건되는 형사사법 시스템 정비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서울대 법대 신동운 교수는 독일법상의 '선결문제 소추유예 제도'를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선결문제가 관건이 되는 사안에서 검사는 고소인에게 먼저 그 쟁점을 규명하도록 하고, 수사를 유보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민사분쟁형 고소사건의 형사화를 극력 저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민사사건의 탈형사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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