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공과금수납전담 3개월 계약직 행원 계약갱신 거절 정당"
[행법] "합리적 이유있어"…중노위판정 불복 은행 승소 "해고 제한되는 '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2006-03-31 김진원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방안 등이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업무를 전담하는 단기 계약직 행원을 해고가 제한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여러 사정에 비춰 이들에 대한 은행의 근로계약 갱신거절이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한 판결이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지난 1월27일 A은행이 권모씨 등 24명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라며 A은행에 구제명령을 발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및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청구소송(2005구합16468)에서 "피고가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원고 은행과 권씨 등 24명과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여 권씨 등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라도, 그 고용이 계절적 · 임시적인 것이 아니고 상당기간 반복갱신되어 계속적인 고용이 기대되고 있는 때에는 해고제한의 법리가 유추적용되어 경제사정의 변동에 의한 잉여인력의 발생 등과 같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권씨 등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근로계약의 내용상 계약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근로관계는 소멸하는 것으로 하면서, 별도의 갱신절차 또한 규정하고 있지 않았으며, 재고용시 신규채용의 경우에 준하여 별도의 고용계약서 및 서약서 등 인사관리지침상의 구비서류를 새로이 작성하여 온 점 ▲원고 은행으로서는 공과금수납제도의 개선을 계획하고 시범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선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제도의 내용의 유동적이고 불확정적이어서 공과금수납업무에 투입될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권씨 등 24명이 담당한 업무의 내용 또한 정규 직원들의 업무와는 달리 공과금빠른납부서비스제도 시행과 관련 그 수납업무에 한정되어 있었고 근무시간 및 급여체계도 정규직원들과 구분되었던 점 등이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 은행이 권씨 등 계약직 사무행원을 채용할 당시 채용공고 내용상 3개월 단위 계약갱신(장기근무 가능)이라고 명시하였던 점, 권씨 등의 근로계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6차례 이상 갱신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계약직 사무행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재계약이 거부는 사례는 없었던 점에 비춰, 권씨 등으로서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계속 근로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 은행이 참가인들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만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여러 사정을 따져보면, 원고 은행이 권씨 등에 대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원고승소 판결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관련, ▲원고 은행이 당초 공과금수납업무의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지원센터로의 집중화를 염두에 두고 권씨 등의 채용 공고시 수도권지역 해당점포 근무 후 BPR센터로 이전 근무 등의 문구를 기재하기는 하였으나, 공과금수납업무를 BPR지원센터로 집중처리하는 방안이 문제점이 있어 백지화된 사정 ▲그리하여 원고 은행은 2002년 10월경 권씨 등을 포함하여 계약직 사무행원들에게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음을 통보하기도 하였으나 노동조합측의 요구로 새로운 공과금수납업무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계약직 사무행원들을 각 영업점에 배치하여 공과금수납업무를 담당케 하기로 하였던 점 ▲이후 원고 은행의 계속적인 공과금수납제도 개선의 노력으로 원고 은행의 공과금 수납방식이 권씨 등이 처음 채용될 당시 시행되었던 의뢰서출금형식에서 무인수납기의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별도로 공과금납부의뢰서를 처리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변경되고, 또한 자동이체 및 인터넷지로 등 은행창구를 통하지 않은 공과금납부비율의 증가로 공과금수납업무량 자체가 현저히 감소하게 된 점 ▲당초 권씨 등의 채용목적이 공과금수납제도의 개선을 계획하고 시범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선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공과금수납업무에 투입될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성에 기인하였던 것인데, 원고 은행의 공과금수납업무가 정착되고 권씨 등의 업무량이 감소함에 따라 더 이상 별도의 공과금전담직원을 고용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보여지는 사정 등을 종합해 따져 보았다고 밝혔다.
A은행은 2002년 봄 궁극적으로 BPR지원센터로 공과금수납업무를 이관해 업무의 집중화와 전문화를 도모하고 일선 영업점의 업무량을 줄이는 내용의 공과금수납제도 개선작업에 착수, BPR지원센터 구축 등 새 공과금수납제도가 확정되기 전까지 공과금수납업무를 전담할 계약직 사무행원을 단기로 채용하기로 해 권씨 등이 그해 8월과 9월 3개월 계약직 사무행원으로 입사해 여러차례 근로계약이 갱신돼 왔으나, 무인공과금수납기기의 보급과 인터넷뱅킹, 계좌잉체, 모바일뱅킹 등 다양한 공과금 수납 방식의 채택에 따라 각 영업점에 공과금수납업무가 크게 감소해 2004년 3월31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자 권씨 등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구제됐다.
이에 A은행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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