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노조 동의 안 받은 저성과자 연봉 감액 프로그램 거부했다고 해고…부당해고"

[서울행법] "프로그램 무효…징계사유 인정 안 돼"

2018-03-27     김덕성
저성과자에 대한 연봉 감액 등의 내용을 담은 사내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해당 프로그램은 무효이고, 이를 거부한 직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3월 15일 H저축은행 전 직원 박 모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68080)에서 "박씨에 대한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2년 4월 H저축은행에 경력직 차장으로 입사하여 업무추진부에서 상품개발 업무 등을 수행해 온 박씨는 2016년 7월 H사가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에 따라 영업추진역으로 발령받았으나, 업무 수행을 거부해 해고되자 구제신청을 거쳐 소송을 냈다.

H사는 이에 앞서 2015년 7월경 저성과로 분류되는 자 등에게 정상적 업무역량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을 도입, 2015년 7월 6일자로 박씨 등을 영업본부 영업추진역으로 인사발령했다. 이어 2016년 7월 1일 영업추진역으로 편입된 자에 대하여 '최초 편입 시 직전 연도 총연봉의 10%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고 개인별 목표달성률이 70% 미만이면 경고를 하고 직전 총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며, 섭외활동기록부를 매일 작성하도록 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에 관한 문건을 작성, 시행하고 박씨를 다시 영업추진역으로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박씨의 근무역량 평가 결과는 2014년 '중~하', 2015년 '중~하', 부점장 및 영업추진역 역량평가 18명 중 17위, 성과평가 S~C 등급 중 'C' 등급, 2016년 '하' 등급이다.

그러나 박씨가 영업추진역 프로그램 동의서 작성과 섭외활동기록부 작성 등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업무 수행을 거부하자 H저축은행이 서면경고에 이어 인사위원회를 열어 근로거부, 업무지시 불이행, 교육연수 거부 등을 이유로 박씨를 면직했다. 박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다시 기각되자 소송을 낸 것이다. H사는 영업추진역 발령과 관련하여 박씨의 임금을 실제로 감액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H사가 2016년 7월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사용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된 사업장 내부의 규칙인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최초 편입 시 직전 연도 총연봉의 10%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고 개인별 목표달성률이 70% 미만이면 경고를 하고 직전 총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을 새롭게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명백히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 H사가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을 시행함에 있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바 없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2016년 7월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근로기준법 94조 1항 단서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H사가 2016년 7월경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기존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에 따라 행해진 원고에 대한 2016년 7월 1일자 영업추진역 발령도 역시 효력이 없다"며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에 따라 행해진 원고에 대한 영업추진역 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근로거부 등의 징계사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박씨에 대한 해고는 교육연수 거부 부분 이외의 다른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않고 인정되는 교육연수 거부 부분만으로는 양정이 과중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94조 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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