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반기 주요 노동 판례 해설

대법 판결 등 10개 판결 소개

2018-03-22     김정덕
법무법인 광장이 2월 22일 한진빌딩 본관 26층 대강당에서 '2017년 하반기 주요 노동 판례'를 소개하는 노동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휴일 연장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정부 출범 이후 발생했거나 진행 중인 다수의 노동법 이슈와 관련, 최근의 주요 노동 판례의 내용과 시사점을 안내하기 위한 것으로, 판사 시절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등에서 노동 관련 다양한 민 · 형사 · 행정 사건을 처리한 경력의 진창수 변호사가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가졌다. 진 변호사가 리걸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발표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1. 들어가며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노동 관련 2대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던 새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앞두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기준법의 개정과 맞물려 많은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고용안정과 관련된 비정규직 축소는 정부와 공공기관을 필두로 많은 사업장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대하여는 이해관계인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하반기 노동법 관련 구체적인 사안들을 살펴보는 것은 노동 법령 전체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예상하는 데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본다.

2. 개별적 근로관계

가. 근로계약의 취소와 소급효(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15194 판결)

(1)판시사항

근로계약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이미 행해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원고가 허위경력을 기재하여 채용되었다가 그 사실이 발각되어 해고되었으나, 위 해고가 부당해고로 판정되자 해고기간 중 임금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에 회사는 1심 소송 중 근로계약의 취소를 통보하였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해고기간)이라고 하더라도 계약의 효력은 존속하므로(취소의 장래효만 인정), 종래 학설과 견해를 같이하여 근로계약을 취소할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규모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69 판결)

(1)판시사항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대규모 보험회사의 '방카슈랑스 및 직접마케팅' 부문 총괄 업무책임자(미등기 상무)였던 원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하여 ①회사의 규모, 경영 조직, ②대규모 금융회사로서의 특수성, ③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외부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위, ④그 과정에서 고려된 원고의 전문적인 능력 및 담당 직위와의 상관 관계, ⑤원고가 실제로 담당한 포괄적인 권한과 업무수행 실태, ⑥회사 의사결정 · 경영에 대한 참여 정도, ⑦임원과 직원에 대한 구분 및 분리 임용, ⑧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보수 및 처우, ⑨해임의 경위와 취지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근로자성 부정

대상판결은 임원의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종래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으나 실무상 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임원의 근로자성 문제는 여전히 개별사안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다. 야간휴게시간의 근로시간 여부(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243085 판결)

(1)판시사항

①야간휴게시간(24:00~04:00)에 근무초소 내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 발생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②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 조명을 켜 놓도록 한 점, ③야간휴게시간에 시행된 순찰업무는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었는데, 이는 경비원의 근무평가 및 재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쳤던 점, ⑤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경비원들 중 일부가 징계를 무릅쓰고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휴게장소를 제공하였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아파트경비원의 야간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2)시사점

휴게시간 중 무작위의 일부 시간에 업무지시를 함으로써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될 경우, 지시 받은 업무를 수행한 시간뿐만 아니라 전체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최대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엄격한 구분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흡연시간, 커피 등 음용시간 등에 대한 근로시간 관리가 엄격해지고 휴게시간 여부에 관한 다툼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라.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1)판시사항

사업주의 조치가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지 여부는 ①성희롱 문제 제기와 불리한 조치의 시기가 근접한지 여부, ②불리한 조치의 경위와 과정, ③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성희롱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는지 여부, ④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 · 이익의 침해 정도, ⑤피해근로자 등이 불리한 조치로 입은 불이익 정도, ⑥종전 관행 등과 비교하여 불리한 조치가 이례적 ·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⑦피해근로자 등이 불리한 조치에 대한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의 권리 행사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직후 도움을 준 근로자에게 부당한 징계 처분 등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피해근로자 등에게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시사점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 또는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용자의 성희롱 예방 의무 등이 인정된 이래 사용자의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또한 본건에서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상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는 형사책임(2018. 5. 29. 개정법 기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도 인정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3. 집단적 근로관계

가.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서울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

(1)판시사항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안 확정을 위한 총회 내지 대의원회 결의절차 또는 사용자와 맺은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절차에 소수노조 조합원의 절차참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나, 다만 이와 같은 공정대표의무 위반 행위가 바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가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절차적인 면에서도 준수되어야 함을 재차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원은 소수노조에 대한 협의의무, 정보제공의무를 공정대표의무의 한 내용으로 인정해왔는데 나아가 찬반투표의 절차참여권까지 부여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절차참여권 미부여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보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소수노조 조합원에게 절차참여권을 부여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점, 고용노동부 역시 반드시 절차참여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점, 그 이외에 소수노조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수렴절차를 취한 점 등을 이유로 고의가 없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위와 같은 행위는 불법행위로 인정될 것이다.

나. 단일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없음(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1)판시사항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 노조가 교섭요구 노조로 확정되고 그 중에서 다시 모든 교섭요구 노조를 대표할 노조가 선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정하여 설계된 체계이므로, 사업장 내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은 형식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므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

(2)시사점

종전에 의견이 나뉘어졌던 단일노조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이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복수노조를 전제로 하는 제도임을 확인하였다.

다. 노동조합 운영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대전고등법원 2017. 11. 16. 선고 2017나10747 판결)

(1)판시사항

회사가 노동조합에 승용차 렌트비, 유류지원비, 사용료(복사기 · 인쇄기 · 팩스 · 인터넷), 현물(신문 · 복사용지 · 갱지), 임대수익(구장판 · 자판기) 등을 지원한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가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로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노동조합은 위와 같은 지원행위로 인해 얻은 이득을 회사에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시사점

대전고등법원은 회사의 노동조합 운영비 지원행위는 쟁의행위의 발생 내지 격화를 방지하고 노사분규를 원만히 해결할 목적으로 부득이 운영비를 지원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민법 제742조의 '악의의 비채변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해당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에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아닌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노동조합에 대한 운영비 지원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이어진 후 나온 후속 법률관계에 관한 판결로서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4. 기타

가. 사내하도급과 불법파견(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32905 판결

(1)판시사항

타이어 제조 공정 중 일부 업무(원자재 하역, 크릴룸 · 스크랩 · 스프레이 등 타이어 제작 관련 업무, 불량품 처리, 포장 등)에 관한 위탁계약은, ①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직 · 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한 점, ②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점, ③협력업체가 근로자선발과 수, 작업 · 휴게시간,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하여 원청의 영향을 받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결정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가 독자적인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⑤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K화학 사건에서 사내하도급(소사장제)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이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인정 사례 중 하나이다.

2015년 H자동차 아산공장 판결에서 종래 다소 추상적으로 제시했던 불법파견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는데, 해당 판단 기준을 위 판결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불법파견 이슈가 제기된 이후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위탁계약의 운영방식을 변경하였다 하더라도, 종전의 운영방식까지 고려하여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한 사례로 단순히 행태적인 측면에서 운영방식을 개선하더라도 불법파견 리스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수(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82354 판결)

(1)판시사항

주급제 혹은 월급제에서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인 이른바 주휴수당은 소정의 근로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비교대상 임금을 산정함에 있어 주휴수당을 가산하여야 하며, 주휴수당 이외에 주별 혹은 월별로 지급된 다른 수당들을 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산정함에 있어서는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1주 또는 월의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근로시간(주 40시간, 즉 월 174시간)을 말하고, 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제3호, 제4호에 의해 산정되는 '1주 또는 월의 통상임금 산정기준시간수'(주 40시간 + 주휴 8시간, 즉 월 209시간)와 같을 수 없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이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수는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수와 달리 주휴 8시간을 제외한 소정근로시간(40시간)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판례를 재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고용노동부가 2016년 월 최저임금액을 고시하면서 기준시간수로 월 209시간을 적용한 이후에 나온 판결로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수로 월 174시간을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 법정수당 산정기준으로서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구분(대법원 2017. 12. 14. 2014다49074 판결)

(1)판시사항

최저임금이나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비교대상 임금은 통상임금과는 그 기능과 산정 방법이 다른 별개의 개념이므로, 사용자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여 곧바로 통상임금 자체가 최저임금액을 그 최하한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을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곧바로 법정수당을 산정할 것은 아니다.

(2)시사점

대상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와 최저임금의 범위가 상이하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있어서 비교대상 임금 총액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비교대상 임금 총액이 최저임금액으로 증액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된 개개의 임금도(비례하여) 증액되고 그 증액된 개개의 임금 중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들을 추려내어 이를 기준으로 통상임금이 새롭게 산정될 수 있고, 사용자는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법정수당과 실제로 지급된 법정수당과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5. 나가며

2017년 하반기 노동법 관련 주요 판결을 살펴보았다.

2017년 말에 연차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개선, 출퇴근 재해의 업무상 재해인정 등 개별적인 노동 관련 법령이 일부 개정되었으나 주요 노동 관련 쟁점은 여전히 법령의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판결들은 노동 관련 법령의 변경에 따라 확고해지거나 반대로 선례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개별적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법령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changsoo.jin@leeko.com)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