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여행객에 회피 가능성 없으면 패키지여행 필수 코스 중 사고에 여행사 책임 100%"
[중앙지법] "일정 빠지면 페널티 부과"
2018-03-04 김덕성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1월 11일 태국 패키지여행 중 스피드보트를 타다가 다리가 절단된 개인택시 기사 홍 모(사고 당시 63세)씨가 T여행사와 T여행사가 보험에 든 D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가합557150)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100% 인정, "T여행사는 1억 1500여만원을, D보험사는 T여행사와 연대하여 이중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T여행사와 '태국 방콕 · 파타야 3박 5일' 패키지여행 계약을 맺고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홍씨는 여행 3일째인 4월 21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여행일정표에 따라 파타야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꼬란'이라는 이름의 산호섬으로 가다가 다른 여행업체가 운행하는 스피드보트와 충돌해 보트가 침몰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왼쪽 다리 무릎 이하가 절단되는 등의 부상을 입은 홍씨가 여행사 등을 상대로 3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3박 5일의 이 여행상품의 가격은 44만 9000원. 여기엔 왕복항공료와 호텔 숙박료, 식사비, 산호섬까지의 스피드보트 이용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기획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 · 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안전성을 신뢰하고 기획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 · 신체 · 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 일정 · 행정 · 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 · 검토하여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수용할지에 관하여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며, 기획여행업자가 사용한 여행약관에서 여행업자의 여행자에 대한 책임의 내용과 범위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안전배려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여행사의 가이드는 법정 탑승인원을 초과하여 여행객들을 보트에 탑승시켰고, 이 가이드는 보트에 일부 여행객을 탑승시키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간과한 채 보트를 산호섬으로 출발시켰으며 이 때문에 보트가 남겨진 여행객의 탑승을 위하여 출발지인 파타야 항구로 되돌아오게 된 점, 남겨진 여행객을 탑승시키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보트가 산호섬으로 가는 원래의 항로를 이탈하게 했고 산호섬 앞 해상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항로 이탈과 과속은 일반적으로 선박 사고의 가능성을 높이는 점, 피고 여행사의 가이드나 (원고가 탑승한) 보트의 운전자는 피고 여행사의 고용인으로 봄이 상당한바, 가해보트 운전자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기는 하나 피고 여행사 가이드와 이 사건 보트 운전자의 과실 또한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 여행사는 여행약관 8조의 내용에 따라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여행사와 여행보험계약을 체결한 피고 보험사는 보험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보험금액 한도 내에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홍씨 자신도 신체안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위험이 있는 쾌속정에 탑승함으로써 위험을 감수했으므로, 최소한 30% 이상의 과실상계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보트를 타고 산호섬에 가는 일정은 여행에 포함된 필수 코스였고, 그곳에 간 후 선택관광을 할 수 있었던 사실, 이와 같은 일정이 여행일정표에도 기재되어 있었으나 보트를 타고 산호섬에 가는 일정과 관련한 사고 위험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나아가 여행일정표에는 필수 코스 일정을 빠지는 경우 페널티가 부과되고 개별 일정을 할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원고는 여행에 참여한 이상 보트를 타고 산호섬에 갈 수 밖에 없었으므로 그와 같은 처지의 원고에게 스스로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거나 예상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고와 그에 따른 부상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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