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엑셀파일 복사본 해시값 다르면 증거로 못써"

[대법] '유흥주점 조세포탈' 무죄 취지 파기

2018-02-14     김덕성
유흥주점의 매출내역이 담긴 엑셀파일을 CD로 복사해 형사재판의 증거로 제출했으나 해시값은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서로 다른 경우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디지털 포렌식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월 13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황 모(59)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2017도13263)에서 "디지털 증거 복제본이 원본과 동일하다는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에는, 그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 · 관리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 · 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 · 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 · 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값의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 · 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 ·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CD에 있는) 개별 파일들은 포렌식 이미징 작업을 거친 이미지 파일이 아니어서 USB 이미지 파일과 동일한 형태의 파일이 아닌데, USB 이미지 파일이 어떠한 형태의 변환과 복제 등 과정을 거쳐 CD에 일반 파일 형태로 저장된 것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전혀 제출된 바 없고, 더욱이 목록 파일에는 개별 파일들 숫자보다 많은 4508개의 파일 관련 이름, 생성 · 수정 · 접근 시각, 파일 크기, MD5 해시값, 경로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원심 감정결과에 의하면, 개별 파일들의 해시값과 목록 파일상 해당 파일별 해시값을 비교해 보았을 때 20개 파일의 해시값이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목록 파일이 생성 · 저장된 경위에 대하여 아무런 주장 ·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목록 파일 자체의 파일명과 파일 속성을 통해 알 수 있는 수정 일자 등에 비추어 목록 파일이 압수 집행 당시가 아닌 그 이후에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실확인서에는 USB 이미지 파일의 전체 해시값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이미징을 한 USB 내 개별 파일에 대한 해시값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실확인서를 가지고 판매심사 파일과 USB 내 원본 파일과의 개별 해시값을 상호 비교할 수도 없고, 판매심사 파일이 USB 내 원본 파일을 내용의 변개 없이 복제한 것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판매심사 파일과 대조한 결과 그 출력물에서 과세표준의 기초가 되는 부분의 변조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정이 USB 내 원본 파일의 인위적 개작 없이 출력물이 복제 · 출력되었음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그럼에도 판매심사 파일과 출력물이 USB 내 원본 파일 내용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황씨 등은 2012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유흥주점의 사업자 등록 명의를 위장하여 실제 업주를 숨기고, 일일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장부(조판지)를 파기한 후 유흥주점의 영업부장 웨이터들이 유흥업소 이용객으로부터 현금영수증 발행 없이 받은 현금매출액과 계좌로 송금받은 외상매출액을 신고하지 않고, 세무조사에 대비하여 허위 매출장을 작성하여 사무실에 비치하는 방법으로 부가세 등 86억 6000여만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경리직원 이 모씨가 사용하던 업무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와 USB에서 조세포탈 장부가 담긴 엑셀파일이나 문서파일들을 추출한 뒤 이를 해시함수를 사용하여 '논리적 이미징' 작업을 한 후 복제본을 압수하고, 이후 CD에 복사하고 종이로 츨력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으나, 1심부터 이들 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CD에는 판매심사 파일을 포함하여 이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4458개의 파일과 목록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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