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검찰 천사' 3년간 장학금 전달

창북중 2명 서울중앙지검에 감사 편지 보내와

2006-03-09     김진원
(서울=연합뉴스)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들에게 3년간 장학금을 지원한 '검찰 천사'의 실체를 찾느라 8일 서초동 검찰청사가 분주했다.

검찰이 선행의 주인공 찾기에 나선 것은 중학교 졸업생 2명이 최근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로 보낸 '감사 편지' 때문이다.

올해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를 졸업한 이윤선(17)양과 김준용(17)군은 "그동안 얼굴도 모르는 제게 장학금을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편지를 보냈다.

이양은 "2학년 초 어느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추천해주셔서 지금까지 장학금을받게 됐고 어떤 분들이 주시는지도 몰랐는데 내일이 졸업인 오늘에서야 분들께서 장학금을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편지에 썼다.

이양은 또 "처음에는 '1004호'를 '천사'로 잘못 들었다. 제가 이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든 사회에 나가서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적었다.

김군도 "고등학교 가서도 검사님들 도움을 잊지 않겠다. 제가 커서 어른이 됐을때 검사님들처럼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에는 이들 학생에게 장학금을 보낸 사람이 없다는 것.

1004호실은 원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조사실로, 1003호실과 1006호실 검사들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할 때 이용하는 방이기 때문이다.

이영렬 외사부장은 "장학금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외사부에서는 장학금을 보낸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양의 3학년 담임교사도 "장학금이 예전부터 지정된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장학금의 출처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북중학교 장학 담당 교사는 "검찰에서 2003년 이후 매달 30만원씩 보내 주셔서 학생 3명에게 분기당 3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맞다. 이 분이 본인의 신상은 물론, 검사인지 검찰직원인지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상희 기자[lilygardener@yna.co.kr] 2006/03/08 13: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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