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변호사' IP 김범희 변호사

"인터넷 발달에 BM특허 분쟁 폭주…사업 시작 전 특허 점검 필수"

2018-01-20     김정덕

김범희 변호사는 서울공대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공학도 출신 변호사라는 게 트레이드 마크다. 학부 전공이 다양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가세한 지금은 이공계 출신의 지식재산권 변호사가 상당수 활동하고 있지만, 김 변호사가 20년 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IP 변호사로서 이렇게 완벽한 스펙을 갖춘 변호사는 많지 않았다.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그가 올해 특히 많이 다룬 사건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이른바 BM(영업방법)특허와 음악저작물의 유통 및 사용 경로가 음반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이동함에 따라 사용료 계약에 관한 다툼으로 양상이 변하고 있는 음악저작권 분쟁.


中企, 개인 제기 소송 많아

김 변호사는 "최근 들어 대부분의 사업이 인터넷으로 몰리면서 BM특허를 둘러싼 분쟁이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이나 중소기업에서 제기하는 소송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 운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에 가상의 전화번호를 써 놓고, 그곳으로 전화하면 실제 전화번호로 연결시켜 주는 안심번호서비스 등 '어떻게 이런 걸 다 예상해서 특허를 받아놓았나'하고 놀랄 정도로 무수히 많은 BM특허가 출원되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가 자산운용사를 대리해 특허권자의 공격을 막아낸 금융투자기법에 관한 특허 분쟁도 이 분야에선 전례가 드문 BM특허 다툼 중 하나.

김 변호사는 "BM특허는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를 특허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그 실체를 설명하고 입증하는 데 상당한 애로점이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재판부를 상대로 2시간 가까이 기술설명회를 진행하며 투자상품은 물론 투자절차를 소상하게 설명해 특허다툼에서 모두 이기고, 상대방이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한 특허사용료도 더 이상 주지 않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쟁점이 된 투자기법은 컴퓨터가 알아서 프로그래밍 된 대로 주식이나 채권 등을 거래하는 일종의 시스템 투자기법으로, 특히 장이 안 좋을 때 안정적으로 상당한 수익률을 확보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상품이다.

이 외에도 골프 시뮬레이션 특허를 둘러싼 스크린골프업체 간 특허분쟁과 시청자 등의 호응도를 나타낼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한 개인 특허권자가 인터넷방송사를 상대로 낸 소송 등 BM특허를 둘러싼 다양한 분쟁이 김 변호사의 사건 리스트에 이어지고 있다. 스크린골프업체간 분쟁에선 상대방의 특허침해 민사 손배소 제기에 대응해 상대방 특허 3개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 두 개의 특허를 무효로 만들고 나머지 1개에 대해선 특허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유통 채널로 각광을 받고 있는, 홈쇼핑 입점 상품을 둘러싼 특허분쟁이 김 변호사가 올해 많이 수행한 새로운 분쟁 유형으로, 그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헤어팩 제품에 대해 특허침해를 이유로 제기된 판매금지 가처분과 형사고소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또 홈쇼핑에서 크게 히트를 쳤던 요거트메이커에 대해 상대방이 특허와 다른 내용으로 제조했다며 허위특허표시로 고소한 사건을 변호하여 1차 무혐의 결정을 받아내고, 이에 고소인이 항고해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지자 다시 무혐의 결정을 받아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 변호사는 "근자에 홈쇼핑 판매 제품에 대해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면서 홈쇼핑 앞으로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홈쇼핑이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판매를 중단하면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납품업체는 재고부담 등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며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홈쇼핑 상품 특허분쟁 많아

김 변호사는 창업 초기 특허분쟁에 휘말렸으나 김 변호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교육용 로봇 전문업체의 초대를 받아 최근 코스닥 상장 기념식에 다녀온 사연을 소개했다. 공대 대학원 선배이기도 한 창업주로부터 "김 변호사 덕에 위기를 넘겼다는 감사의 말을 듣고 무한한 감회와 함께 IP 변호사로서의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전언.

김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BM특허 분쟁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이 무르익고 상장이나 투자유치 등을 앞두고 분쟁에 연루되면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사업을 시작할 때 미리 기존의 특허에 대한 저촉 여부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