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세금
[이종혁 변호사]
2018-01-07 김정덕
한편 상속세와 증여세는 본질적으로 일맥상통하는 세금이다. 만약 상속세만 있고 증여세가 없다면 누구든 생전에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증여해서 상속세를 피할 것이다. 그래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호보완의 관계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 세법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묶어서 하나의 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재산분할과 증여세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생전에 증여의 방식이 아니라, 이혼을 통해 전 재산을 배우자에게 분할해 주었다고 치자. 위의 논리에 의하면 여기에도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든 재산분할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속세를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정말 증여세를 물릴 수 있는 것일까?
원칙을 말하자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 분배하는 제도로 이해된다. 대법원도 이전부터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실질적으로는 공유물분할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공유물분할에 관한 법리가 준용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6422 판결). 이에 따르면, 재산분할은 원래 자기 몫이었던 재산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증여로 볼 수 없다.
위자료는 증여 아니야
한편 이혼에 있어서 재산분할이 아니라 위자료로 지급하는 경우도 많은데, 위자료는 상대방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취지에서 지급하는 것이므로 증여로 볼 수 없다. 결국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는 어떠한 이름이건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닌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재산을 넘겨받는 경우에도 중간에 이혼을 한 사람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데, 끝까지 부부관계를 유지한 사람은 세금을 부담하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오로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혼을 생각하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죽음을 앞둔 자산가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배우자에게 전 재산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어느 것도 부담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실제로 이러한 사안이 문제 되었다. A는 남편과 30년 간 부부로 살다가, 남편의 전처 자녀들과의 상속재산 분쟁을 피하기 위해 당시 82살이던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다. A와 남편 사이에는 재판 중 거액의 재산을 넘겨받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어 그대로 이행되었다. 다만, A는 이혼 후에도 남편의 사망 시까지 남편을 간호하며 남편과 함께 종전과 같은 주소지에서 살았고, 남편은 이혼 7개월 뒤 사망했다. 이에 대해서 과세관청은 "가장이혼을 통해 재산분할 명목으로 재산을 증여받았다"며 A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우선 부부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서로 이혼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이혼은 유효할까? 흥미롭게도 위 A 사례의 대법원 판결 직전에 대법원에서 그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
양도세 비과세 노린 이혼도 유효
이 사례는 B가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를 받기 위해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한 후 계속 동거한 사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협의이혼에서 이혼의 의사는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 하에 협의이혼 신고가 된 이상, 그 협의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그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B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6두35083 판결). 대법원은 이전부터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고자 이혼을 하였다면,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는데, 이러한 가족법의 법리가 세법의 해석에서도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위 B의 사례에 이어서 대법원은 위 A의 사례에서도 위 2016두35083 판결과 같은 취지로 유효한 이혼으로 보았고,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이혼은 절세방법인가?
이러한 최근 대법원 판결들에 따르면, 부부가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협의이혼을 한 경우에도 그 효력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혹여나 이혼이 효과적인 절세수단으로 악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만도 하다.
물론 상속세 산정에서 배우자 간에 상속을 받는 경우에는 30억원을 한도로 상속금액에서 공제를 해주고 있지만 고액자산가들의 입장에서는 이혼을 해서라도 세금을 줄이고자 하는 유인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는지, 위 2016두58901 판결에서 대법원은 "다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혼의 효력에 관한 기존 가족법에서의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 세법의 영역에서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례에서 이와 같은 한계가 적용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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