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한미 FTA 재협상

2017-12-04     김진원
서울에 나와 있는 27개의 영미 로펌 중 상당수는 시장개방 전 주로 홍콩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한EU FTA, 한미 FTA가 체결되어 한국시장이 열리면서 이 로펌들이 모두 서울로 사무소를 옮겨왔다. 서울에 사무소를 연 또 한 부류는 미국 본토에서 멀리 태평양을 건너온 로펌들이다. 다섯 개의 영국 로펌 중 스티븐슨 하우드도 직접 런던에서 서울로 직행했다.

시장 개방 6년. 서울의 영미 로펌들은 매우 발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순항하는 듯하던 시장개방 전선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한미 FTA 재협상이 예고되며 이들 영미 로펌의 서울 진주를 가능케 했던 FTA의 운명에 따라 또 한 번 변화를 겪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5개의 영국 로펌은 영국이 EU를 최종 탈퇴하기 전에 한영 FTA가 체결되고 발효되어야 현재의 서울사무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영국 로펌 관계자들은 한영 FTA 체결 또는 발효가 늦어질까 우려한다. 영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지만, 서울에 나와 있는 영국 로펌 중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싱가포르로 서울사무소팀을 일시적으로 후퇴시켰다가 한영 FTA가 발효되면 다시 서울로 되돌아온다는 후퇴계획을 마련해 놓은 곳도 있다. 이 로펌 서울사무소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홍콩이나 동경보다 싱가포르를 선호해 싱가포르가 후퇴장소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미국 로펌들은 특히 트럼프가 한미 FTA 폐기까지 거론하면서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로펌 관계자들은 어렵사리 맺은 한미 FTA가 설마 폐기되겠느냐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FTA가 폐기되면 22개의 미국 로펌들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거나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한영 FTA가 추진 중인 영국 로펌들과 달리 빠른 시일 내에 서울로 돌아올 전망도 일단은 접어야 한다.

그러나 폐기보다는 FTA 재협상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미국 로펌 관계자들이 오히려 시장개방의 범위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이 워낙 세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재협상 결과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시장을 좀 더 개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법률시장도 개방 확대의 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미국 로펌 관계자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물론 미국 로펌에 대한 법률시장 개방 확대는 영국 로펌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기자가 보기엔 영국 로펌이든 미국 로펌이든 서울에서 철수하는 방향으로 FTA의 운명이 전개될 것 같지 않다. 영국 로펌이든 미국 로펌이든 한국시장에 대한 열의가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확보한 서울사무소인데 돌아간단 말인가. 영국 로펌들에겐 경과조치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고, 미국 로펌들은 FTA 재협상을 통해 오히려 개방의 폭이 보다 확대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국 로펌들은 아마 여기에 초점을 맞춰 대응책을 모색해야 될 지 싶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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