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PC 원격조정 당해 게임 아이템 분실…게임업체 책임 없어"
[서울고법] "사전 · 사후조치 소홀 인정 어려워"엔씨소프트 상대 아이템 복구 청구 기각
2017-11-24 김덕성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11월 10일 리니지2 게임 이용자인 이 모씨가 "아이템을 복구하라"며 리니지2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40618)에서 이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2016년 1월 9일 엔씨소프트에 해킹으로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이 사라졌다면서 이를 복구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계정도용'의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주위적으로 아이템 복구를, 예비적으로 피고 측의 사전 · 사후 조치 소홀로 사고가 났다며 위자료를 포함 17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씨는 "나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리니지2 게임 서버에 접속한 상태에서 제3자가 원격제어프로그램인 '팀뷰어'를 통하여 나 모르게 아이템을 나의 계정에서 다른 계정으로 옮긴 행위 역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운영정책' 8조에서 규정한 '계정도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게임 이용자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률적으로 계약의 내용으로 삼고 있는 리니지2 운영정책 8조에서는 계정도용으로 말미암은 피해 아이템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옮겨진 아이템의 회수를 원칙적인 복구기준으로 정하고 있고, 운영정책 5조는 계용도용의 개념을 '다른 이용자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와 '이러한 행위를 돕거나 이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씨는 해킹범을 찾기 위해 경찰에 고소했으나, 검사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피의자가 2016년 1월 9일 오전 3시 30분쯤 이씨의 집에 있는 PC에 접속하여 팀뷰어를 설치한 후 팀뷰어를 통해 리니지2 게임의 이씨 명의 계정으로 원격접속하여 시가 1500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탈취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의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고, 조기 검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했다.
재판부는 "운영정책 5조에서 규정한 계정도용의 한 유형인 '다른 이용자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는 제3자가 리니지2 게임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당해 계정의 정당한 이용자의 의사에 반하여 입력하는 방법으로 로그인하여 그와 같은 입력이 이루어진 컴퓨터 등과 피고가 운영 · 관리하는 리니지2 게임 서버가 전자 회로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통일적이고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평균적 고객이 이해하는 무단 접속 행위의 개념에도 들어맞는다"고 지적하고, "설령 제3자가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원고의 컴퓨터를 원격조정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리니지2 게임 계정에 있는 아이템을 다른 계정으로 옮겼다고 하더라도, 그 제3자에 의한 무단 접속행위가 없었음이 원고 주장 자체에서 명백한 이상, 원격조정 행위는 피고의 복구 의무 발생의 근거가 되는 운영정책 8조에서 규정한 '계정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원격조정 행위가 운영정책 8조에서 규정한 '계정도용'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엔씨소프트가 사전조치 또는 사후조치 소홀을 이유로 한 채무불이행 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으로서 원격조정 행위로 말미암아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원격조정 행위가 있기 전에 리니지2 게임 이용자들의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피고가 리니지 게임 홈페이지를 관리 · 운영하면서 원격조정 등으로 인한 리니지2 게임 이용자의 피해발생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이 원격조정 행위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의 계정도용 신고를 접수하였을 당시 원고의 일방적인 주장 이외에 원고의 리니지2 게임 계정이 도용 또는 해킹을 당하였다고 믿을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로부터 계정도용 신고를 받은 후 관련 계정을 정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리니지2 게임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채무를 다하지 않았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지평이 엔씨소프트를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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