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 공개하라"
[서울행법] "로스쿨 공정한 평가에 도움" 변협이 낸 정보공개 청구 받아들여
2017-11-04 김덕성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11월 2일 대한변협이 "2017년도에 실시된 제6회 변호사시험의 로스쿨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70342)에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변협은 2017년 6월 법무부에 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과 로스쿨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으나, 법무부가 6회 변호사시험의 전체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만 공개하고, 로스쿨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에 관한 정보는 공개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로스쿨별 응시자 수, 합격자 수와 합격률과 같이 이미 결정된 합격자 등의 통계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정하는 피고의 시험업무의 수행과는 무관한 것이고, 이를 공개하더라도 피고가 변호사시험을 공고하고 문제를 출제하여 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채점하며 합격자를 결정하는 등의 업무를 순차적으로 수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고, 피고 역시 시험업무의 수행에 구체적으로 무슨 지장이 있다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 및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내지 변호사시험법 18조 2항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사시험의 응시자격은 로스쿨의 석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3개월 이내에 로스쿨의 석사 학위를 취득할 것으로 예정된 사람에 한정되고,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정보, 즉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정보는 공개될 경우 로스쿨별로 그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중 하나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언론이 로스쿨들 스스로 제공하는 자료를 기초로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관한 기사를 매년 내고 있는 상황인바, 이와 같이 완전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객관적으로 정확한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로스쿨의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통해 기존의 사법시험 합격인원 통계 등으로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로스쿨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하여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기존에 형성된 대학 간의 서열이 로스쿨의 서열로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요청한 정보를 공개할 경우 로스쿨마다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과다경쟁과 대학 서열화의 문제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문제는 혹시 다른 법령의 보호법익과 관계 있는 것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사건 처분이 그 근거법령으로 들고 있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나 변호사시험법 18조 2항이 정보의 비공개로써 보장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즉 변호사시험 업무수행의 공정성과는 직접적이거나 상당한 관계가 없는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위와 같은 문제가 우려된다면, 이는 피고가 다른 고민과 방법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나 변호사시험법 18조 2항이 당초 예정하고 있지 않은 영역에 이들 조항을 적용하여 정보를 비공개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에 앞서 "변호사시험법은 성적 서열화에 따른 사법시험의 병폐를 극복하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용함으로써 대학 서열화 및 대학 간 과다 경쟁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별 응시자 수 및 합격자 수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 않다"며 원고의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본안전 항변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피고가 전산기기를 이용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개의 정보를 검색 · 가공하여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원고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피고가 관련 정보를 보유 · 관리하고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직장인들 및 수험생들로 구성된 단체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나아가 변호사시험의 석차까지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사시준비생모임은 "로스쿨의 대학서열화를 파괴하고 금감원의 로스쿨 무경력변호사 채용비리와 감사원의 채용비리 등 채용에 있어서의 현대판 음서제를 없애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바로 변호사시험 석차의 공개"라고 주장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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