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군 입대 앞두고 아파트 추락사…자살 주장 보험금 지급 거부 불가"

[중앙지법] "유서 없고, 실족사 가능성 배제 못해"

2017-10-24     김덕성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법원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실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보험사는 자살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오상용 판사는 9월 28일 사망한 변 모씨의 부모가 "보험금 1억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5277432)에서 "KB손해보험은 원고들에게 보험금 1억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변씨는 2016년 4월 27일 오후 3시 8분쯤 대구 중구에 있는 11층 아파트의 주방 싱크대에 설치된 가스레인지 바로 뒤편의 창문을 통해 추락하여 사망했다. 이에 변씨의 부모가 변씨의 사망을 이유로 보험금 1억 2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변씨의 아버지는 이에 앞서 KB손해보험과 피보험자는 변씨, 보험수익자는 (피보험자) 사망시 법정상속인(원고들)로 하여 사망시 일반상해사망보험금 6000만원과 일반상해사망후유장해보험금 6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무배당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은 변씨의 사망원인과 관련하여, '사망 이전에 색약으로 인한 군 지원문제 외에는 직접정황인 목격자,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간접정황인 변사자의 이성, 가족문제로 인한 심적 갈등이나 특별한 병력사항 등 변사자의 자살을 확신할 만한 뚜렷한 자살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내사종결했다. 변씨가 추락한 창문은 일반적인 아파트 주방 새시 창과 마찬가지로 성인 남성의 가슴 정도 높이에 해당하고, 변씨가 의도적으로 주방 싱크대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추락하기 어렵다.

오 판사는 "변씨는 보험기간 중 사망하였고 이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보험금 1억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KB손해보험이 "변씨의 사망은 고의에 의한 자살에 해당하므로, 보험약관규정의 면책규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오 판사는 "변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고 발생일 무렵 변씨가 유언을 하였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변씨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자살임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변씨는 사고 당시 집에서 혼자 소주 2병과 맥주 1병을 마신 상태였다"며 "변씨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집안에서 담배가 피고 싶어졌고, 담배를 집안에서 필 경우 부모님에게 들킬 우려가 있어 이를 숨기기 위해 부엌 쪽에 위치한 베란다 싱크대를 밟고 올라서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담배를 피우던 중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균형 감각이 저하되어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또 "변씨가 일반적인 육군 복무 대신에 의경과 공군 등을 지원하려고 하였음에도 색약으로 지원이 어렵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실망하였다고는 하나, 그러한 사정이 변씨가 자살을 결심할 만한 동기가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자살의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장슬기 변호사가 원고들을, KB손해보험은 법무법인 로텍이 대리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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